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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잡동사니

십상시(十常侍)

by DAVID2 2014. 12. 8.

십상시(十常侍)

 

1800년 전 중국 후한(後漢) 영제(靈帝) 때 맹타라는 인물이 있었다. 돈은 많았는데 벼슬이 없었다. 그는 황제 측근인 환관(宦官) 장양의 노비들을

오랫동안 뇌물로 구워삶았다. "내가 지나갈 때 머리만 숙여 주시오." 장양의 집 앞은 늘 면회객들이 타고 온 몇백 대의 수레로 북적였다.

어느 날 맹타가 나타나자 노비들은 일제히 그를 향해 머리 숙였다. 그러곤 다른 사람 제치고 맨 먼저 주인을 만나게 했다. 면회객들은 맹타가 장양과

엄청 친한 사이인 줄 알았다. 앞다퉈 맹타에게 각종 진기한 물건을 갖다 바쳤다. 맹타는 이것들을 고스란히 장양에게 상납했고, 얼마 안 가 양주

장관이 됐다.

▶영제는 열두 살에 즉위했다. 어린 나이에 외척들 때문에 기를 못 펴던 그는 환관들에 의지해 컸다. 그는 장양을 '아버지', 다른 환관인 조충을

'어머니'라고 불렀다. 환관들은 황제의 칙명까지 제멋대로 했다. 어느 날 영제가 궁중 망루에 올라가려 하자 환관들이 결사적으로 막았다.

"천자는 높은 곳에 올라가시는 게 아닙니다." 온갖 사치를 다한 자기들 호화 저택을 황제가 볼까 해서였다. 영제 시절 황제의 신임을 믿고 어두운

권력을 휘두른 열 명의 환관들을 십상시(十常侍)라고 한다.
 

 
 
▶나라가 제대로 굴러갔을 리 없다. 국정 문란과 부패를 견디지 못해 황건적의 난이 일어났다. 장군 원소와 조조가 궁중에 쳐들어가 십상시와

1000여 명의 환관을 없앴다. 동탁이 또다시 어린 황제를 내세워 나라를 좌지우지하자 중국은 거대한 내전에 빠져들었다.

'삼국지'는 유비 관우 장비의 도원결의(桃園結義)가 아니라 십상시의 방자한 권력 행사에서 시작된 것이다.



▶중국 왕조 정치에서 권력 암투, 간신을 상징했던 '십상시'란 말이 21세기 대한민국 사회에 떠돌고 있다. 대통령을 최측근에서 보좌하는 몇몇

실세 비서관이 현 정권의 비선(秘線)이란 설(說)이 나도는 사람과 여러 차례 만났다는 동향 보고서를 현직 청와대 행정관이 올리면서 '십상시

모임'이란 말을 썼다.

▶'농단(壟斷)'이란 말이 있다. 원래는 '깎아지른 듯 솟아 있는 언덕'이란 뜻이다. 옛날 중국의 시장은 물물교환이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시장을

한눈에 보는 높은 언덕에 올라 장사를 하면서 이익을 독점했다. 십상시가 한 것이 권력을 농단한 것이었다. 보고서에 대해 해당 비서관들이나

청와대는 펄쩍 뛰고 있다. 어느 쪽이 사실인지는 철저히 조사해 가려야 할 것이다. 그전에 국민은 청와대 속사정이 어떻길래 환관들에게나 쓰던

 '십상시'란 말이 공식 보고서에 올라가게 됐는지 궁금하다.

 

조선일보 김태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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