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음의 양식/좋은글

은사(恩賜)와 상보(相補)

by DAVID2 2012. 9. 25.

 

 

은사(恩賜)와 상보(相補)

 

나와 아내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나는 오른손잡이인데 아내는 왼손잡이다.
그래서 습관에 따라 국그릇을 왼쪽에다 잘 갖다 놓는다.
별거 아닐 것 같은 그 차이가 신경을 건드린다.

 

거기다 나는 종달새형이다. 새벽 시간에 일어나 설친다.
늦잠을 자면 무조건 게으르다고 여긴다.
그런데 내 아내는 올빼미형이다.
밤새 부엉부엉하다가 새벽녘에야 잠이 든다.
도대체 맞는 구석이 없다.

 

누군가가 해야 할 일이고 언제 해도 할 일이며 제가 다시 손을 댈지 모를 일 아닌가 말이다.
그런데 내 아내는 그게 안 된다.
찬장에서 꺼내 쓸 그릇이 없을 때까지 꺼내 쓰다가 한꺼번에 씻고 몸살이 난다.

 

나는 미리 준비하는 스타일(style)이다.
그런 나와 달리 아내는「떠나야 할 시간에」화장한다고 정신이 없다.
다가가서 보면 참으로 가관(可觀)이다.
화장품 뚜껑이라는 뚜껑은 다 열어 놓고 있다.
나는 그게 안 참아진다. 나도 모르게 버럭 화를 낸다.
“아니, 이렇게 두고 외출했다 집에 돌아오면 향(香) 다 날아가고
뭐 땜에 비싼 돈 주고 화장품을 사.
차라리 맹물을 찍어 바르지. 확 부어버려. 맹물 부어줄까 그래.”

거기다 나는 약속 시간에 늦은 적이 거의 없다.
나중에는 견디다 못해 성경책까지 들이밀었다.
“여보, 예수님이 부활만 하시면 됐지, 뭐 때문에 그 바쁜 와중에
세마포와 수건을 개켜 놓고 나오셨겠어?
당신같이 정리정돈 못하는 사람에게, 정리정돈이 얼마나 중요한지 말하고 싶으셨던 거야.
그게 부활의 첫 메시지야.
당신 부활 믿어, 부활 믿냐고?”

 

그렇게 아내를 다그치고 몰아세울 때 하늘의 음성을 들었다.
"야, 이 자식아.
잘하는 네가 해라.
이놈아 안 되니까「붙여 놓은 것」아니냐 ”
너무 큰 충격이었다.
생각의 전환, 그렇게 나 자신을 아이스 브레이킹(Ice breaking)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게 있다.
나의 은사(gift)는 무얼까?
하지만 뜻밖에도 너무 간단하게 은사를 알 수 있다.
내 속에서 생겨나는 불평과 불만, 바로 그것이 자신의 은사인 것이다.

일테면 내 아내는 물건이 제자리에 놓여 있지 않고 종이 나부랭이가 나뒹구는데도

그것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러니까 불편한 게 없다. 오히려 밟고 돌아다닌다.
하지만 나는 금방 불편해진다. 화가 치민다.

이 말은 내가 아내보다 정리정돈에 탁월한 은사가 있다는 증거다.
하느님이 이 은사를 주신 목적은 상대방의 마음을 박박 긁어 놓고

마음에 상처를 입히는 무기로 사용하라는 데 있지 않다.
은사는 사랑하는 사람을「섬기라고」주신 선물이다.
바로 그 때 내가 알게 된 사실이 있다.
내 아내한테는 뚜껑 여는 은사가 있고 나에게는 뚜껑 닫는 은사가 있다는 사실을.....

그때부터 아내를 대하는 내 태도가 바뀌었다.
아내가 화장한다고 앉아 있으면 내가 다가가 물었다
"여보, 이거 다 썼어?
그러면 뚜껑 닫아도 되지. 이거는?
그래, 그럼 이것도 닫는다."

이제는 내가 뚜껑을 다 닫아준다.
그런데 놀라운 일은 그렇게 야단을 칠 때는 전혀 꿈쩍도 않던 아내가

서서히 변해 가는 것이다.

잘 닫는 정도가 아니라 얼마나 세게 잠갔던지 이제는 날 더러 뚜껑 좀 열어달라고 한다.
아내의 변화가 아닌 나의 변화(變化).

그렇게 철들어진 내가 좋아하는 기도가 있다.

"제가 젊었을 때는 하느님에게, 세상을 변화시킬만한 힘을 달라고 기도했습니다.
하지만 중년이 되었을 때 인생이 얼마나 덧없이 흘러가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와 함께 평안히 살도록 인도해 달라고 기도했습니다.

하지만 늙어 여생을 돌아보게 되었을 때 저는 저의 우둔함을 깨달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지금 드리는 기도는 저를 변화시켜 달라는 것입니다.
만약 제가 처음부터 이런 기도를 드렸더라면 제 인생은 달라졌을 것입니다."

 

<퍼온글>

 

 

'마음의 양식 > 좋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간에게 약속하는 8가지 맹세  (0) 2012.09.29
묘목에 물을 안 주는 까닭   (0) 2012.09.28
내일이 아름다운 이유   (0) 2012.09.21
이런 사람이 좋더라   (0) 2012.09.19
삶은 메아리 같은 것   (0) 2012.09.16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