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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양식/좋은글

가슴 저미는 감동

by DAVID2 2023. 4. 7.

🌺  가슴  저미는  감동 🌺

 

 



오늘 나는 학교 앞에서 김필수 아저씨를 봤다. 청진동 큰 길가에서다.
아저씨가 열살가량의 소년을 데리고 이발관으로 들어가신다. 이상하다. 그 애가 누굴까? 

나는 학교에서 돌아와 아버지께 말씀드렸다. 

"아버지, 대구 아저씨가 웬 아이를 데리고 이발관으로 들어가셨어?."

 "그래? 너 잘못 본 게 아니냐? 그 친구에게 그런 아이가 없는데 이발관으로 들어갔어?" 

"네." "어, 그제 나하고 같이 머리 깎았는데?"

 


저녁에 아저씨가 들어오셨다. "저녁은 먹었나? 안 들었으면 먹어야지.."
"영선아, 금순 언니한테 아저씨 저녁 내 오라고 해라." 하신다.

사랑방 손님들은 모두 같은 시간에 저녁을 드신다. 

그 시간에 안 드시는 분들은 나름대로 해결하셨다고 간주하여 따로 상을 차리지 않는다.

그러나 대구 아저씨는 예외다. 언제나 아버지가 마음을 쓰신다.
"오늘 영선이가 자네를 봤데. 이발관으로 들어갔다고 하던데 ..."
아저씨는 말없이 저녁을 드시고 상을 물리신다.
"웬 아이를 데리고 이발관으로 들어가더라고 하던데.. 그런가?"
"응, 이발관에 갔었네."
"그 애가 누군가?"
"신문 파는 아이야. 머리가 너무 자라서 아주 거지 같더라고.. 깎아 주려고."
"자네 돈이 있어?"
"없지."
"그런데 어떻게 깎아 주었어?"
"머리를 내가 깎나? 이발사에게 맡겼지."
"뭐라고?"
"이발사에게 얘 머리 좀 깎아 주시오." 하고 빙긋 웃는다.
"머리를 깎기 시작을 해서 밖으로 나왔지..담배 한 대를 물고..

이발관 창문으로 안을 들여다 보고 있었어. 이발이 끝나고 이마에 땀띠 분을 바르고... 

이발사가 아이에게 저기 앉아 아버지 오실 때까지 기다리라 하는 거야. 

아이가 우리 아버지 아니라고 하는 것 같았어. 

이발사가 그럼 누구냐? 하고 묻는 거야. 

웬 아저씨가 너 머리 많이 자랐구나. 깎아야겠다. 하시며 데리고 왔다고 하는 거야. 

이발사가 어이없다는 듯이 아이를 보더니

 '그래 알았다. 가거라.' 하며 고맙게도 그냥 보내 주었어." 한다.

아버지는
"이발사가 된 사람이네. 착한 사람이야. 그러나 자네, 다시는 그러지 말게...

세상 사람이 다 자네 같지 않아요." 하신다.

그러나 아저씨는 가끔 비슷한 일을 하신다.
"오늘 두 아이에게 국밥을 먹였네."
동아일보사에서 석간으로 나오는 신문이 어린소년들 손에 들려 거리에 쏟아진다.
 "신문이요!" 신문을 겨드랑이에 끼고 헤진 신발을 신고 뛰어 다닌다.

그 보다 더 어려운 아이는 구두닦이 소년이다.
김필수 아저씨는 한 아이를 먼저 데리고 국밥집으로 들어 간다.
"여기 국밥 두 그릇이요." 하고 당신과 아이 것을 주문한다. 국밥 두 그릇이 나왔다. 

아이가 밥을 먹기 시작하자 아저씨는 밖으로 나와 구두닦이 소년을 데리고 들어간다. 

그리고 남은 한 그릇을 먹게 하고 아저씨는 밖으로 나와 멀찌 감치 서서 아이들이 나오기를 기다린다.

국밥집에서도 이발관에서와 같은 일이 벌어졌을 것이다. 

오래지 않아 아이들이 무사히 나왔다.

 

이 얘기를 들은 사랑방 아저씨 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적선은 자기 분수대로 해야지 남을 속여 적선을 하면 됩니까?
나쁜 것 중에 남을 속이는 것이 제일 나쁜 짓이라고도 하신다.

김필수 아저씨는 묵묵히 앉아 듣기만 한다. 도둑질을 해서 먹이는 것과 진배없는 것이니 

그런 적선은 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하시는 분도 있었다. 

아버지는
"아니야 옳은 방도는 아니지만 나무랄 일은 더 더군다나 아니야. 나는 감동을 받았어. 

누가 그렇게 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야 말로 없으면 말지...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아.." 하시며 아저씨의 편을 드셨다.

아저씨는 이런 말을 하신다.
"도둑질을 해서라도 먹여야 할 아이가 있는데 어쩝니까? 

아이는 허기가 져 곧 쓰러질 것 같았어요.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한참을 있는거야. 정신이 오락가락 하나 봐.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는 뛰려고 하는 거야. 

눈은 퀭한데 빈 창자가 꺼진 배에 달라 붙었어. 한 줌이나 될라나?"

아저씨는 말을 잇지 못하고 신문을 들어 얼굴을 가린다. 

울음 섞인 말소리가 신문지 너머에서 들린다.
"나는 땡전 한 푼 없지요. 

그런데 국밥집은 손님이 다 가고 나면 국밥이 그대로 남지 않겠어? 

나는 그것 한 그릇을 훔쳤지만 저 사람들은 선행을 했으니 좋은 업을 쌓는 것이지요. 

이발사도 그래요. 자기가 가진 기술로 돈이 없어 거지꼴을 하고 있는 아이 머리를 잘라 준 것이 

무슨 큰 손해를 본 것입니까?
그저 좋은 일 한번 한 것이지요. 그리 생각하면 마음도 편하지요..

그러나 제가 돈이 생기면 틀림없이 갚을 겁니다.
나는 그 사람들이 아이들에게 혹시라도 행패를 할까봐 먼발치에서 지켜보고 있었어요. 

시비가 나면 내가 감당을 해야 하니까요."
"무엇으로 감당을 하시려고요? 돈도 없이.."

"그야 뺨을 때리면 뺨을 맞고, 옷을 달라면 옷을 벗어주고, 파출소엘 가자면 가야죠. 

갈 겁니다. 그리고 돈이 생기면 갚고요." 한다.

이 분은 대구 분이다. 종교인 집안이다. 

위로 형님이 계시고 아래에도 두 분 동생이 계시다. 

바로 아래 동생은 김동환 신부님이고 막내동생은 김수환 추기경님 이시다.
아저씨는 돈이 생기자 먼저 국밥집을 찾아갔다. 

종업원에게 자초지종을 얘기하고 외상값을 갚았다. 

그런데 종업원에게서 전갈을 받은 주인 내외가 쫓아 나왔다고 한다. 

그리고 절을하며 상석으로 모시더라는 것이다. 주인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저희는 식당을 하면서도 배고픈 사람에게 밥 한 그릇을 준 적이 없었습니다. 

손님 덕분에 세상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부끄럽습니다. 

손님이 다녀가신 후 저희들도 어려운 사람을 돕자고 생각을 하면서도 실행을 못하고 있습니다. 

손님께서 바쁜 시간을 비켜서 아이들을 보내주시면 배불리 먹게 하겠습니다."라고 하더라는 것이다.

 

세상에는 많은 종교단체가 있고 종교인이 있다.
이 분들은 선행을 인도하고 가르친다. 많은 성금을 받고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 

그러면서 그 자신도 선행을 하는 사람들의 것을 받아서 생활한다. 

그러나 아저씨는 선행하는 사람과 도움을 받을 사람을 연결해 줬을 뿐이다.

(조영선의 '아버지 나라'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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