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 두 개

도시락 두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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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오늘부터 도시락 두 개 싸줘...

한 개로 부족하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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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요즘 부쩍 크려고 그러는지

밥 타령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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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도

하나 따로 준비해 놓고 반찬도 이것저것

담아 놓고선 바라보고 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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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 하나 더

싸는 게 이리도 힘들까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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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도서관에서

공부를 한다며 늦게 오던 아들이

오늘은 시험을 치고 일찍 집으로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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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 가방을 현관에 놓고선

말없이 방으로 들어가 버린 후

가방에

도시락 하나는 그대로 가져온 걸 보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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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배가 덜 고팠나 싶어

방으로 들어가 보니

책상에 엎드려 울고 있는

아들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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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석아,,,

왜 그래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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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들어

제 가슴에 안기더니

그제야 큰 소리로 울어버리는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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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하나 더 사간 도시락은

아들의 짝꿍이 집안 사정으로

도시락을 못 싸오게 되어

싸다 준 거라는 말을 하며 울먹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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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오늘은 왜 그냥 가져왔니.?. “

라고 묻는 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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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엄마가 암 수술을 하는 날이라

어젯밤 병원에서 꼬박 새우느라

학교에 나오지 못했다는

아들의 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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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껏 힘든 친구를 위해

학교를 마치고선 같이 병원에 가

병간호를 해줬다는 말도 함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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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구나

친구가 아주 힘들었겠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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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써 아들의 등을 토닥거린 후

부엌에 와서

한참을 생각에 잠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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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친구 도시락 싸가랴

병원에서 간병인 노릇 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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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남의 아픔도

헤아릴 줄 아는 아들이 대견스러워

피식 웃음이 나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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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저녁

오늘도 아들은 늦나 봅니다

아홉 시가 넘었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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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시가 다되어서야

파김치가 되어 들어온 아들은

더 걸어갈 힘이 없는지

현관 앞에 주저앉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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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아들 오늘도 고생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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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수술은 잘되었다고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셨어... 근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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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끝을 흐리던 아들의 눈빛은

무언가 말하고 싶은

애절함으로 저를 향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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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초등학교 다니는 남동생이 둘이나 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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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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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잇지 못하고 등을 보인 채

너털너털

방으로 들어가는 아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제 맘엔 아들의 그림자 위로

겹쳐지는 알 수 없는 애잔함이 다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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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

집에 온 아들이 호들갑을 떨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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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친구 집에 웬 아주머니가 찾아와서는

김치와 음식들을 한 아름 주고 가셨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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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대박.

이렇게 고마울 때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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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엄마

야호….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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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렇게 신난 아들의 모습을

참 오랜만에 보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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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요일이 두 번 더 지난 한가로운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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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엄마,,,

친구가 그러는데 그 아주머니가

또 나타나셨는데...

이번에는 음식뿐만 아니라

집 안 구석구석 청소까지 다 해 주시고 가셨데...

진짜 대박이지,,, 그렇지 엄마..

그 아주머니 천사다, 그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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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신 그 아주머니 칭찬에

침이 말라 가는 아들을 보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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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그러다 그 아주머니를

이 엄마보다 더 좋아하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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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그 아주머니 팬이 되었는 걸요

아마 조만간에

엄마보다 더 좋아질 것 같은데요 ,,,,“

​

“뭐야,,,

이놈의 자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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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아들은

매일매일

특종을 실어 나르는 신문기자처럼

친구네 집 소식을

저에게 전하는 게 일이 되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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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 구름에 업혀 가는 해질녘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으로 걸어가는 저의 핸드폰으로

아들이 보낸 문자가 들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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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엄마의 모습을 방금 보았다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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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네 집에서 나오는 저의 모습을

아들이 본 것 같네요

​

“띠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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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또

울리는 아들의 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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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퍼주는 우리 엄마..

내 엄마라서

너무 고맙고 사랑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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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한 자리

그 자리에 있어주는

행복나무 씨앗은 나누면 커지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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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내 마음에 심어져 있는

“ 행복나무”

아들과 함께 예쁘게 키워 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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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노자규의 골목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