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걷는 행복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장날에 맞춰
늘 두 분이 손잡고 가는
행복 하나로 사신답니다
햇살 곱게 다려 하늘 위에 올려놓은 아침
그날도 두 분의 행복은 어깨 위에 걸쳐놓고는
읍에 장서는 곳으로 나들이를 나가시네요
장터국밥 한 그릇에 시름을 들어내고
깍두기 한 조각에
지난 설움을 씹어 넘기며
저마다 곡절과 사연을 매달고
오고 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지난 해거름을 잊고 사셨나 봅니다
집으로 행해 걸어오는
두 분은 낮에 뜬 달처럼
멀뚱거리며 점점 멀어지더니
“뭐혀 빨리 걸어
그러다 똥구녕에 해 받치겠어 “
“ 뭐 그리 급해요
영감 숨차니까 좀 천천히 갑시다 “
봄바람이 불어줘서인지
종종걸음으로 휑하니
대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투덜투덜 화를 내시는 할아버지
“사람이 느려 터져서는 원..,,,
이젠 같이 못 다니겠다며
들으라는 듯 빨래를 널고 있는
며느리에게 역정을 내보이시는데요
“아버님 그럼 먼저 식사하세요 “라는 말에
못 들은 척 애꿎은 장작더미만 매만지더니
마지못해
“니 시어머니 오면 같이 먹을란다. “ 하신다
길가에 흙먼지 먹고 자란
이름 없는 들꽃이랑 얘기하다 온 것처럼 한가한 얼굴로
대문을 열고 들어서는 할머니를 보며 다그치는 할아버지
“풀피리 꺾어 불어도 벌써 왔을 시간 인디
뭐 한다고 이제 오누,,,,”
물끄러니 바라만 보고 있는 할머니 손에는
막걸리 한 병과 고기 한 덩어리가 들려져 있었습니다
걷는 것 하나만으로도 힘든 아내가
남편의 저녁상에 올릴
술과 고기를 사 오느라 늦은 걸 알고는
양손을 든 비닐봉지를 얼렁 건네 들고
“이리 무거운 걸 뭣 하러 사 오누
혼자 걷는 것도 힘든 사람이…….“
삐걱거리는
나룻배의 그림자로 서 있는
아내 눈을 마주 보지 못한 채 뒤돌아서며
애처로움에 겨운 한마디를 더 던집니다
“뭐혀 며느리가 밥차려 났는디
배 안 고파 얼렁 밥 먹어 “
서산마루 해가
쉬 넘어간 자리에
빨간 노을이 펼쳐져 갈 때
상에는 막걸리 한 병과 잘 삶은 고기가
같이 놓여져 있습니다
“영감 뭐해요 식사하세요.. “
라는 말과 함께
방문을 열고 들어서는 남편의 손엔
하루 온종일 햇살에 잘 다려진
삼계탕이 들려져 있는 걸 보고는
“아니,,, 그건 언제 끓였어요..
진작 알았으면 고기를 안 사 왔을 건데 “
“이건 임자꺼여..”
이젠 니 애미가
가면 갈수록 걷는 게 힘들어지나 보다며
장에 가기 전
뒤뜰에다 아내에게 먹일 삼계탕을
푹 삶고 있어기에
그 국물 한 방울이 줄어들까
빨리 가자며 보채었던 것입니다
다리 하나를 툭 뜯어 내밀어 보이며
“임자 얼렁 먹고 힘내소...
힘내서 우리 죽는 날까지
같이 걸어서 장에 가야제.. “
"고맙슈,,, 영감
이것 먹고 잘 걸을게요 “
“그려
달구 새끼처럼 잘 따라오소, 허허”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그저 같이하는 행복하나면 충분하다며
우리처럼
사랑하는 게 습관이 되어서 소중해진 사람
그들을
부부라 부른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출처: 노자규의 골목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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