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 원짜리 한 장 8○
곱게 차려입은 불빛들이
하늘에 별만큼이나 반짝이는 화려한 이 도시엔
누구나 가보고
싶어 하는 백화점이 있었는데요
들고나는 사람마다 꿈을 그리듯
해맑은 미소 지은
분주한 발길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서는 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휠체어에 앉은
허름한 차림의 노인이었습니다
밤 별 젖은 가슴을 내밀며
쇼핑하는 발길들 속에 스며들
엄두를 내지 못한 채
덫에 걸린 사람처럼 구석진 곳에서
한가로워질 틈만 바라보고만 있던
노인이 지나가는 직원으로 보이는
남자에게 다가가더니
"지갑을 사러 왔는데 어디로 가면 될까요"
라는 노인의 말에
"지금은 사람들이 한참 많은 시간인데 저녁 무렵 때나 오시죠"라고는
시들은 꽃처럼 가버리는 게 아니겠어요
화려한 외출을 꿈꾸며 온 노인은
오르고 내리는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머뭇거리기만 하고 있는 그의 곁으로
제복을 입은 여자가 다가오더니
"손님…. 제가 도와드릴 일이 있을까요?"
그제야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게 된 남자를
물먹은 꽃처럼 바라보던 여직원은
"제가 그곳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엘리베이터 있는 곳으로 휠체어를 밀고
지갑을 파는 곳까지 데려다준 여직원을 보며
"너무 감사합니다"
여직원은 고개 숙여 감사의 인사를 건네는
노인이 원하는 지갑을 살 때까지
이곳저곳을 함께하고 있었는데요
노인은
여직원의 마음 언저리에 붙은 명찰을 보며
"오늘 이은희 씨 덕분에 아내 생일에 선물할 지갑을 사게 되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빈 마음을 채워준 감사의 마음을 담은
만 원짜리 한 장을 건네는 노인에게
"이건 주시는 거니 제가 감사히 받겠습니다"
라고는
내 안엔 아직 줘야 할 사랑이 남았다는 듯
노인의 무릎위에 놓인 지갑을 열어
그 만원을 넣고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는데요
"어르신….
지갑을 선물할 땐 이렇게 해야 돈이 떨어지지 않는데요"
여직원은 하루가 처음처럼 구름 미소 지으며
자그마한 밤 별들이 그려진
아내가 있는 집으로 멀어지는 노인을 향해
손을 흔들어 주고 있었습니다
투명한 햇살에 잊혀진 친절이 되어가던 어느 날
그 노인이 백화점 사장 아버지였다는 이야기가 있고 난 얼마 후
이런 공고문에 븥어져 있었습니다
백화점 새 지점장
" 이은희" 라고..
<출처: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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