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첫째 주가 되면 미국 재계 인사들의 눈길이 머무는 곳이 있다. 바로 경제 주간지 <비즈니스 위크>의 특집 기사 ‘자선 사업가 단’이다. 그해 가장 많은 돈을 사회에 희사한 ‘아름다운 손’ 50명이 소개되는데, 빌 게이츠, 테드 터너, 조지 소로스, 마이클 델, 월튼 가(家) 등 기라성 같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돈이 최고인 나라에 살지만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의 주인공 스크루지를 가장 혐오하는 인물의 대명사로 여긴다는 미국인들. 정치 입문을 위한 전략이건 아니건 간에 많이 벌어 많이 기부한다는 그들의 철학은 바로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이 책임 의식은 전쟁 때 원로원 의원부터 나가 싸우고 노예의 참여를 배제한 로마나 우두머리로 하여금 가장 많은 전쟁 자금을 내게 한 베네치아가 강력한 도시 국가를 유지할 수 있었던 정신적 시스템이었다. 또 자녀를 최고 경영자 자리에 앉히기 전에 ‘부모의 도움 없는 명문대 졸업장, 단신의 해외 유학과 해군장교 복무’를 요구하는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의 전통과도 맥을 같이 한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있었다. ‘사방 1백 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가훈을 실천한 경주 최 부잣집이 전형적인 사례이다. 하지만 최 부잣집의 훈훈한 사연도 미국에 비할 바는 못 된다. 자선과 기부의 모습은 미국 사회 곳곳에서 확인된다. 뉴욕의 극장 무대에 오르는 발레나 오페라 공연의 비용은 대부분 개인 기부금에서 나온다. 기부금이 전체 공연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66%, 정부 지원금과 관람료는 각각 13%, 12%라고 하니 ‘부러움의 대상’이라기보다는 ‘놀라움의 대상’에 가깝다. 뿐만 아니다. 무려 6만여 개, 5,000억 달러의 규모에 이르는 미국 자선재단 재원의 70%가 보통 사람의 호주머니에서 나온다. 미국인들이 가장 명예롭게 여기는 직업이 ‘레인메이커’라는 조사 결과가 결코 과언이 아닌 것이다. 사회에 단비를 내리게 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이 말은 미국에서 ‘자선사업가’를 지칭하는 용어이기도 하다. <비즈니스 위크>의 선정 결과도 이 사실을 뒷받침하지만, 실제로 미국의 백만장자 2세 등 상류층 인사의 90%가 자선 활동에서 명예를 찾고 있다.
거칠고 황량한 신생국가 미국이 세계 최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나눔과 사랑’을 실천한 거부들로부터 연유한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아니, 그들의 정신은 미국뿐 아니라 인류의 자산이기도 하다. ‘존경받는 부자’의 효시는 강철왕 앤드류 카네기이다. 미국 최초의 재단은 1907년 은행가의 어느 미망인이 설립한 러셀세이지재단이지만, 미국의 자선문화가 꽃피우게 된 것은 1911년 카네기재단이 설립되면서부터이다. 그가 재단을 설립할 수 있었던 데는 역시 축척된 부가 바탕이 되었다. 자수성가한 카네기가 30세에 설립한 제철소는 합병 과정을 거쳐 ‘US 스틸’로 발전하는데, ‘1·2차 세계대전의 승리는 US 스틸의 승리’라는 이야기가 있을 만큼 큰 성공을 거두었다. 부를 거머쥔 카네기가 설립한 카네기재단의 규모는 약 3억 달러. 당시로서는 천문학적인 거금이다. 재단 설립 이후, 그가 자선 사업에 쏟아 부은 돈은 자그마치 5억 달러에 이르며, 그가 지어 사회에 헌납한 도서관만 2,500여 개에 달한다. 카네기재단에 이어 1913년 설립된 록펠러재단은 미국에서 세 번째 자선 재단으로 기록되어 있다. 록펠러는 한때 미국에서 가장 혐오스러운 인물의 대명사였지만, 자선사업을 시작한 이후 록펠러 가문은 ‘자선의 명가’로 대대로 칭송받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 과제로 바뀌고 있다. 국제표준화기구(ISO)는 이른바 ‘기업의 사회책임라운드(CSR)’를 지난 6월 스톡홀름에서 출범시켜 이미 가동에 들어갔다. 금융기관이나 국제자본이 기업에 투자할 때 기부금 실적, 환경, 노동 등을 체크해 사회에 대한 책임을 소홀히 한 기업에는 투자를 막겠다는 것이 기본 골자이다. 이미 ‘책임 있는 부자’ 단체에 가입한 빌 게이츠나 조지 소로스, 테드 터너 등은 안심하고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가라면 상당한 피해를 입을 것이다. 이번에 <비즈니스 위크>가 선정한 50인의 기부자 중에 46명이 ‘책임 있는 부자’의 회원이라는 사실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이들 중 10대 기부자로 선정된 10명은 모두 ‘책임 있는 부자’의 회원이다. 예상대로 1위를 차지한 빌 게이츠는 1999년부터 2003년까지 모두 229억 600만 달러를 기부했거나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총재산이 460억 달러임을 감안했을 때, 평생 동안의 기부금 추정치가 250억 달러로, 재산 대비 기부금 비율이 무려 54%에 이른다. 지난 한 해만 6억 달러를 기부한 테드 터너 역시 8위에 이름을 올렸다. 재미있는 것은 원래 자선에 관심이 없던 게이츠에게 구제의 기쁨을 가르쳐준 사람이 바로 터너라는 사실이다. 미디어 제왕 테드 터너는 집안과 회사에서는 ‘구두쇠’로 소문이 났지만 자선사업에는 거금을 쾌척하는 박애주의자이다. 1998년 재산의 1/3에 해당하는 30억 달러를 UN에 출현했다. 미국의 유엔 분담 미납금을 대신 기부했던 것. 유고슬라비아 원전 해체 비용으로 500만 달러를 내놓기도 했으며, 현 이라크전을 반대하는 대표적인 평화론자이기도 하다. 스승을 뛰어넘어 기부자 1위에 등극한 빌 게이츠는 테드 터너의 선행에 감명 받아 1994년 아내 멜린다 게이츠와 비영리 재단 ‘빌 & 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설립, 본격적으로 자선사업에 뛰어들었다. 매년 수십억 달러를 아프리카의 말라리아 퇴치 운동을 위한 자선사업에 쏟아 붓고 있으며, 미국 내 소수 민족 학생을 위한 장학금으로 기부한 액수만 해도 50억 달러에 이른다. 마이크로 소프트사의 독과점이 도마에 올랐을 때도, 사람들은 그를 ‘욕심많은 기업가’보다는 ‘기부왕’으로 평가했던 것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3위에 오른 소로스 펀드 매니지먼트의 회장, 조지 소로스는 의외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역시 기부 문화를 이끄는 대표적인 기업가이다. 우리나라의 IMF는 물론 아시아 금융 위기의 주역, 국제적인 환투기꾼, 자본주의의 악마 등으로 불리지만, 해마다 막대한 돈을 기부하고 각종 인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아 자선사업에 대한 칭송의 소리 또한 높기 때문이다. 스승 칼 포퍼의 ‘열린사회’ 철학을 전파하는 ‘열린사회기금’과 소로스재단을 설립하여 미국은 물론 동구권 지원 사업에 나서고 있다. 주목할 점은 <비즈니스 위크>가 선정한 50명의 기부자 가운데 공식적으로 알려진 재산보다 기부금액이 더 많은 기부자가 4명이나 됐다는 것. 기부 순위 5위를 기록한 투자회사 아메리칸 센트리의 창업자, 제임스 스토어스의 재산은 5억 7,500만 달러이지만 15억 5,900만 달러를 기부, 재산대비 기부금 비율이 271%로 가장 높았다. 14위인 소프트웨어 업체 BAE 시스템의 창업자, 윌리엄 콜먼 부부는 251%, 21위인 AMF 볼링의 전 최고경영자 윌리엄 굿윈 부부는 156%였다. 2위인 인텔 창업자 고든 무어 부부도 재산대비 기부금 비율이 144%로 나타났다.
오래 오래전 모 은행의 잡지에 실렸던 글을 퍼왔다. 요즘 전모씨가 갖은방법을 다 동원하여 거대한 자금을 세탁하여 자식들과 친지들에게 불법 증여해 놓고 가진것이 몇십만원 밖에 없어 추징금을 못내겠다고 버티고 있는 추태나 재벌들이 자식들과 손주들에게 교묘한 방법으로 세금을 포탈하고 재산을 물려주는 세태를 보면서 우리나라의 가진자들은 과연 Noblesse Oblige 라는 말을 알기나 할까 하는 생각에 오래된 글을 다시한번 올려봤다. When will they ever learn?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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