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천(歸天) /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죽음은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단어입니다. 그런데 이를 밝고 아름답게 그린 이가 있습니다.
귀천을고 유명한 천상병 시인입니다. 천시인은 이 세상살이를 소풍이라 말하면서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을 마치고 하늘로 돌아가겠느라고 노래했습니다.
생전에 이름바 부귀영화를 누리기는 커녕 모진 시련과 가난을 벗 삼아 남들이 보기에는 힘계운 삶을 살면서도
"이 세상이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는 시인의 달관의 경지는 우리들이 깊이 음이해 보아야 할 대목인 것 같습니다.
천 시인은 훗날 "천주교 신자로서 신앙심을 이 시에서 표현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시인이 천주교 신자라는 사실은 별로 알려져 있지 않지만, 시몬이라는 세례명을 가졌던 그의 신심은 무척 깊었던 것 같습니다.
이세상 떠나는 날, 천시인처럼 "참으로 아름다웠더라"고 하고, 또 내년 4월 성인품에 오르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처럼
"나는 행복합니다. 여러분도 행복하세요"라고 말할 수 있는 삶을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묵상해 봅니다.
김태식 토마스
가톨릭 언론인 형의회 회장
(2013.11.3. 서울주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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