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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양식/좋은글

말 한마디

by DAVID2 2013. 11. 22.

 

 

 

말 한마디

 

'부주의한 말 한마디가 싸움의 불씨가 되고

잔인한 말 한마디가 삶을 파괴합니다.

쓰디쓴 말 한마디가 증오의 씨를 뿌리고

무례한 말 한마디가 사랑의 불을 끕니다.

은혜스런 말 한마디가 길을 평탄케 하고

즐거운 말 한마디가 하루를 빛나게 합니다.

때에 맞는 말 한마디가 긴장을 풀어 주고

사랑의 말 한마디가 축복을 줍니다.

 

 

 

 

사람을 빛나게 하는 말 한 마디

 

 

 

허영엽 신부·천주교 서울대교구 비서실장
 

얼마 전 한 일간지에서 '19대 국회의원의 회의록 막말 사례'를 분석했다.

의원들의 막말 및 상대 비하 발언 횟수에 따른 등수를 매겼다.

상위에 이름을 올린 의원들의 이름이 그대로 공개되었다. 앞으로는 언론에서 국회의 공적인 회의에서

 오가는 막말을 적극적으로 보도할 예정이란다. 의원들이 일상적으로 주고받는 '언어 폭력'에 경종을 울리고

이런 의원들을 국회에서 추방하자는 취지라고 했다.

생각할수록 씁쓸한 마음이 든다.

사회의 지도자들이 좋은 말을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어린 청소년들의 교육적 측면에서 그렇다.

언어만큼 중독성과 모방성이 강한 것이 있을까.

말이라는 것은 결국 다른 사람의 흉내를 내면서 배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하루 동안 사용하는 말은 보통 남자가 2만5000마디, 여자는 3만 마디라고 한다.

우리가 하루에 사용하는 말이 책으로 치면 무려 50페이지가 넘는 분량인 것이다. 우리는 하루에 엄청나게 많은 말을 하고,

또 듣고 있는 셈이다. 그러니 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다만 매일같이 하는 말이다 보니, 너무 익숙해져서 그 능력과 영향에 대해 간과하게 된 것이다.

인간이 활동의 근원으로서 몸 안에 간직하고 있는 힘을 일반적으로 에너지라고 할 수 있다면, 사람의 말도 일종의

에너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여기에는 어떤 법칙이 있다. 한번 발설된 말은 '에너지 보존의 법칙'에 따른다고 말하고 싶다.

입에서 나온 말은 시간이 지나도 소멸되지 않고, 우주 어디엔가 남아있는 것이다. 그렇게 남아서 이 세상에 영향을 끼친다.

설마 귀에 들어가랴 하는 생각에서 남을 헐뜯었던 말이 결국은 돌고 돌아 당사자의 귀에 들어가고,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SNS(소셜 미디어)에 무심코 올린 말이 두고두고 남아서 설화(舌禍)를 입기도 한다.

누군가가 들은 이상 한번 입 밖으로 나온 말은 결코 사라지지는 않는 법이다.

옛사람들은 알았다. 그렇기에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는 우리 속담이 있고,

"칼의 상처는 아물어도 말의 상처는 아물지 않는다"는 몽골 속담도 있다.

성경에선 "혀에 맞아 죽은 사람이 칼에 맞아 죽은 이보다 많다"고 가르치고 있다.

말의 힘과 능력이 경우에 따라 재앙이 될 수도 있음을 우리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일상을 돌아보면, 말 한마디에 오랫동안 유지해왔던 친구 관계가 깨지기도 하고, 가족이나 형제처럼

 가까운 사람에게 부주의한 말을 했다가 평생 마음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그렇기에, 혀를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이야말로 진정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말을 하는 것은 밭에 씨앗을 뿌리는 것과 비슷하다. 내용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상관없다.

좋은 열매든 고통스러운 열매든 그 결과는 전적으로 자신이 뿌린 말이 씨앗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자신의 삶에서 아픈 순간을 되돌아보면 실수나 잘못이 말에서 비롯된 것이 적지 않을 것이다.

말은 그 사람의 인격을 나타내는 잣대가 된다. 요즘 버스나 지하철에서 어린 학생들이 쓰는 말을 들어보면

 너무 거칠고 욕설이 많다. 거친 말, 나쁜 말을 자주 입에 올리게 되면 처음에는 어색해도 얼마 지나지 않아

습관화되어 아무렇지 않게 된다. 인격을 갈고 닦아 수양하듯이 말도 갈고 닦는 훈련을 해야 한다.

특히 부모들이 '말 훈련'을 제대로 시켜야 자녀를 훌륭하게 키울 수 있다.

아이들이 세상에 태어나 처음 말을 배우는 것은 바로 부모다.

자녀들이 예의 없고 바르지 못한 말을 한다면 이는 전적으로 부모의 책임이다.

말은 최대한 긍정을 담아야 한다. '축복'이란 라틴어로 베네딕시오(benedictio)이다.

그 뜻은 '좋게(bene)' '말하다(dicree)'이다. 즉 축복은 상대방에게 좋게 긍정적으로 말하는 것이다.

좋은 말을 자꾸 해보려고 노력해보면 처음에는 힘들어도 곧 익숙해진다. 하는 것도 습관이고 훈련으로 단련된다.

어느 경우에는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말이 있고 고통을 각오하더라도 꼭 해야 하는 말도 있다.

또한, 말해야 할 때와 침묵해야 할 때도 있다. 이것들을 구분하는 것이야말로 참되게 살아가는 인생의 지혜가 된다.

그렇기에 말이야말로 그 사람을 가장 빛나게 하는 요소가 아닐까 생각한다.

언젠가 한 수도원을 방문했을 때 일이다.

무심코 지나가던 복도에 걸려있는 '말 한마디'라는 제목의 시를 봤다.

작자가 누구인지 모르지만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글이었다. 말은 축복이기도 하고,

삶을 파괴하기도 한다는 깨달음이 담긴 이 시를 나는 말 많은 이 시대에 가끔 되새겨 보게된다.

'부주의한 말 한마디가 싸움의 불씨가 되고

잔인한 말 한마디가 삶을 파괴합니다.

쓰디쓴 말 한마디가 증오의 씨를 뿌리고 

무례한 말 한마디가 사랑의 불을 끕니다.

은혜스런 말 한마디가 길을 평탄케 하고

즐거운 말 한마디가 하루를 빛나게 합니다.

때에 맞는 말 한마디가 긴장을 풀어 주고

사랑의 말 한마디가 축복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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