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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영화·영화음악

초원의 빛 (Splendor in the Grass, 1961)

by DAVID2 2012. 5. 29.

 

초원의 빛 (Splendor in the Grass, 1961)

 

•감독 : 엘리아 카잔(Elia Kazan)

•주연 : 나탈리 우드(Natalie Wood, 윌마 역) 워렌 비티(Warren Beatty, 버드 역)

•출연 : 프레드 스튜워트(Fred Stewart) 조라 램퍼트(Zohra Lampert)  

바바라 로덴(Barbara Loden) 오드리 크리스티(Audrey Christie) 팻 힝글(Pat Hingle)

•제작 : 찰스 H. 맥과이어(Charles H. Maguire) 엘리아 카잔(Elia Kazan)

 

예고편

 

10대 사춘기에 접어든 뭇소녀들에게 이루워지지 못하는 사랑이 얼마나 마음이 아프던지 잠시 우울 속에

빠지게 하였던 영화로서 10대 청춘 영화의 고전으로 자리매김한 영화가 바로 [초원의 빛. Splendor In The Grass,

1961]이 아닐까? 아역배우로 인기를 얻고 있던 나탈리 우드와 첫 주연작인 이 영화 한편으로 소녀들의 우상이

된 웨렌 비티는 이 영화 이후 실제로도 염문을 뿌리기도 했다.

그해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했으며 미국에서 맥카시 광풍이 불 때 밀고자로 낙인찍혔던 엘리아 카잔이 감독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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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lendor in the Grass 구절이 나오는 William Wordsworth의 시

 "Ode: Intimations of Immortality" 에 대해 공부하는 장면

 

What though the radiance
which was once so bright
Be now for ever taken from my sight,
Though nothing can bring back the hour
Of splendour in the grass,
of glory in the flower;
We will grieve not, rather find
Strength in what remains behind;
In the primal sympathy
Which having been must ever be;
In the soothing thoughts that spring
Out of human suffering;
In the faith that looks through death,
In years that bring the philosophic mind.

 

- William Wordsworth

 

한때 그렇게도 밝았던 광채가
이제 영원히 사라진다 해도,
풀의 광휘와 꽃의 영광의 시절을
다시 돌이킬 수 없다 하여도,
우리 슬퍼하지 않으리라. 차라리
뒤에 남은 것에서 힘을 찾으리니  
지금껏 존재해 왔으며 앞으로도 영원히 존재할
원초적 감응(感應)에서,
인간의 고통으로부터
솟아 나오는 위로의 생각에서,
죽음을 투시하는 믿음에서,
성찰(省察)의 마음을 가져오는 세월에서...

 

- 워즈워드: 송시 제 10장

 

 

 

 

[내 인생의 배우] 청순 · 관능미 매료...통기타 세대 '영원한 연인' 

- 2003년 03월 12일 16:39  [윤형주]
 
어릴 적에 아버지가 나를 어느 미국 선교사 가정에 데려간 적이 있었다. 그 집에는 내 또래의 두 딸이 있었는데,

아버지는 나를 그들과 함께 있게 했다.

그 때부터 시작된 고통에 가까운 순간들. 그것은 말이 안 통하는 데서 오는 불편함 때문이 아니라 바라보기에

익숙치 않은 파란 눈빛과 노란 솜털, 그 애들의 금발머리가 내게 주었던 어색함 때문이었다.

다르다는 것은 그렇게 견디기 힘들었다.

그래서 지금도 전형적인 미국 여성 앞에 서면 이 어릴 적 기억 때문에 종종 말을 더듬곤 한다.

그런데 이런 나의 생각을 바꿔 준 배우가 있었다. 바로 나탈리 우드였다. 프랑스와 러시아의 피가 섞여서였을까.

우선 그녀의 유난히 검은 머리가 내게 친근감을 주었다.

우리와 비슷한 검은 눈빛도 참 편안했으며 다른 여배우와 달리 그녀의 눈망울은 초등학교 시절 내 짝이었던 영순이와도

비슷해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1964년 내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개봉된 영화 ‘초원의 빛’을 나는 다섯 번이나 봤다.

그녀가 거기 있었기에….

 

1928년 캔사스의 한 마을,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는 여학생 윌마와 버드의 사랑 이야기다.

서로의 육체를 원하면서도 도덕과 질서 속에 양육되어 온 자신을 억제해야 하는 윌마는 남자친구 버드를 다른 여학생에게

빼앗길지 모른다는 초조함과 자신의 소극적인 성격, 소유하고 싶지만 참아야 하는 이성 사이에서의 점점 심해진

히스테리와 우울증을 인해 자살을 시도하고, 마침내는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된다는 줄거리였다.

  

고고 때 애달픈 첫사랑 그린 '초원의 빛' 보고 또 보고
오스카상 '만년 후보'...영화처럼 살다 간 비운의 삶

그러나 그것은 영화의 스토리가 아니라 우리의 얘기였다. 우리가 말하고 싶었던 우리의 사건이었다.

배경은 미국이었으나 나탈리 우드는 이런 일로 고뇌하던 우리 중의 하나였다. 그녀는 참 특이한 배우다.

청순하면서도 때로는 관능적이고, 시선 주는 곳 없이 넋 나간 모습이다가 갑자기 바람을 몰고 오는 빗줄기 같기도 하다.

막 피어나다가 어느 순간 떨어져 버려 갈 곳 없는 꽃잎 같은 여자.

 노래가 그렇듯이 영화도 젊은 날 볼 때와 세월이 한참 흐른 뒤 볼 때의 느낌이 다르다.

그러나 영화 ‘초원의 빛’이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내게 감동을 주는 이유는 우리의 방황과 번민을 표현해 주면서 타락까지도

 아름다울 수 있음을 보여 주었던 나탈리 우드가 거기 있었기 때문이다.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여러 차례 오르면서도 한번도 수상하지 못했던 그녀는 알콜에 절어 힘들어한다는 외신이 가끔

전해지더니 카탈리나 섬에서 밤에 요트를 즐기다가 물에 빠져 43세의 나이로 삶을 마감했다.

18세기에 먼저 태어나 도덕적이고 보수적이면서 또한 서정 시인으로 살았던 영국의 계관시인 윌리암 워즈워드의 시

‘초원의 빛’은 계시록처럼 나탈리 우드의 인생을 미리 노래했던 것일까? 수업시간에 이 시를 읽어 내려가다가 교실 밖으로

뛰쳐나가는 나탈리 우드의 모습은 그 시절 우리 세대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나탈리 우드. 그녀는 분명 우리 세대의 초원이요, 꽃이요, 빛과 영광이었다. 영영 사그러지지 않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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