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음의 양식/문학·예술

Percy Bysshe Shelley / Music, When Soft Voices Die

by DAVID2 2014. 10. 20.

   

퍼시 비시 셸리(Percy Bysshe Shelley, 1792~1822)


 

부드러운 음성이 사라져도

 

부드러운 음성이 사라져도
그 음악은 추억 속에 메아리치고
달콤한 오랑캐꽃이 져도 그 향기는
감각 속에 생생하게 남습니다

장미꽃이 져도 그 꽃잎은
사랑하는 이의 잠자리를 뒤덮습니다

그러므로 당신이 떠나도,
당신에 대한 생각은 내 마음에
사랑으로 남을 것입니다.

 


 

Music, When Soft Voices Die

 

Music, when soft voices die,
Vibrates in the memory;
Odours, when sweet violets sicken,
Live within the sense they quicken.

 

Rose leaves, when the rose is dead,
Are heap'd for the belovèd's bed;
And so thy thoughts, when thou art gone,
Love itself shall slumber on.

 

 


사랑하는 이가 떠나도 추억은 영원히 남을 것이라는 사랑의 영원성을 노래한 이 시는
영국 낭만주의 시인 퍼시 비시 셸리(Percy Bysshe Shelley, 1792~1822)의 작품이다.

오래된 자료를 뒤지다가 우연히 발견한 형민이의 습작노트 첫 장에 인용된 시였다.
벌써 10년 전쯤 되었을까. 교양영어 시간에 가르쳤던 전산과의 형민이가 어느 날 불쑥 나타나

 자신의 시를 읽고 비평해 달라고 했다.
얼핏 들춰본 시들은 이미지가 설익고 환상에 치우쳐 있었다.

형민이는 시인이 되고 싶지만, 아버지의 전자상을 물려받으라는 집안의 압박을 견디다 못해 가출했다고 했다.
하루 종일 도서관에서 시를 쓰고 교회에서 새우잠을 잔다는 형민이는 초췌한 모습에 늦가을인데도
얇은 점퍼 차림이었다.



당장 집으로 돌아가라, 시는 허공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진짜 몸으로 부대끼는 삶에 근거하지 않은 시는 껍데기일 뿐,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없다.
1년 동안 직장생활을 해보고 그때 다시 시를 써가져 오라”고 하는 내게 형민이는
“지금 돌아가면 영원히 시와 결별해야 한다”면서 실망한 눈치가 역력했다.

셸리는 그의 시 '서풍부(西風賦)’의 마지막에 나오는 “겨울이 오면, 봄은 멀지 않으리”라는
구절로 우리에게 친숙한 이름이다.

죽음의 계절인 겨울에서 희망을 본 사람치고 그의 삶은 그야말로 치열한 투쟁과 고뇌의 연속이었다. 부유한 지주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셸리의 아버지는 두 번이나 돈 때문에 결혼한 속세적인 인물로서, 셸리는 일생 동안 아버지를 혐오했다.
그의 아버지 또한 대지주의 생활을 마다하고 자유 방종한 생활을 하는 아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명문 이튼 고등학교에

들어가지만 학교의 전통적인학습방법에 적응하지 못하여 교사들 사이에서 ‘가르치기 불가능한 학생’이라는 낙인이 찍히기도 한다.
옥스퍼드 대학에서는 ‘무신론의 필요성’이라는 팸플릿을 써서 배포하다 퇴학당하고,
제자가 되기를 간청하는

열여섯 난 친구 동생 해리엣과 결혼한다.
그러나 일방적인 사춘기적 감정에 근거한 결혼생활은 불행했고 해리엣은 곧 남편의 혁명적 생활에 싫증을 느낀다.
셸리는 후에 소설 ‘프랑켄슈타인’의 작가가 되는 메리 고드윈을 만나 사랑의 도피행을 감행하게 되고,
2년 후 해리엣이

자살하자 도덕적 탕아·살인자라는 불명예가 따라다니기 시작한다.


 

악화되어 가는 건강 때문에 1818년 기후가 좋은이탈리아로 간 셸리는 그곳에서 왕성한 작품활동을 펼칠 수 있었다.

그곳에서 완성한 장시(長詩) ‘해방된 프로메테우스’는 그의 최고 걸작으로 남아있다.

인간에게 불을 갖다 준 죄로 주피터의 미움을 사 독수리에게 눈을 파먹히는 벌을 받아야 했던 프로메테우스가
모든 증오와 복수심을

버리고 용서하는 마음을 가질 때 진정한 새 시대가열린다는 주제의 이 시에서 셸리는 결론적으로 “사랑하는 것, 그리고 견뎌내는 것…

이것만이 인생이고, 기쁨이며, 왕국이고, 승리이다”라고 말한다.
30세 되던 해인 1822년 셸리는 친구와 함께 레그혼으로 여행을 떠난다.
그러나 폭풍을 만나 배가 침몰하고, 열흘 후 시신이 되어 떠올랐다.

그의 시신은 동시대의 유명한 시인이자 친구인 바이론이 지켜보는 가운데 해변에서 화장됐는데,

여전히 삶의 열정과 동경으로 가득 차 재로 소멸되기를 거부하듯, 그의 심장은 끝까지 타지 않았다.
“시는 인간 속에 있는 신성함을 퇴락 속에서 구하고… 모든 것을 아름다운 것으로 환원시킨다”고 한 그는
절대 진·선·미와 사랑이 존재하는 세계는 오직 시를 통해 성취할 수 있다고 믿었다.

결국 형민이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퇴락한 이 세상을 구하는 시를 쓰고 싶은 마음을 이해 못한 선생이 무척 섭섭했을 것이다.
이제 형민이는 떠났어도 그 아름다운 의지는 내 마음에 추억으로 남아 있다.

초겨울 바람이 스산해지면 가끔 그날 형민이가 입었던 얇은 점퍼가 생각난다.


-장영희-


WIENIAWSKI / Violin Concerto in d minor Op.22 - No.2 ( 2악장 Romanze )

 

*주: 이 시는 Percy Bysshe Shelley의 유작으로 1824년 그의 부인인 Mary Shelley에 의해 발간되었는데  

      처음에는 "To....."이란 제목으로 발표되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