翼をください(混声三部合唱)
Hayley Westenra / Bless Me With Wings
임형주 / 날개를 주세요 (Bless Me With Wings)
두 납북 피해국의 다른 모습
지난 15일 일본 니가타의 요리이 중학교에 50대 후반의 남녀 일곱 명이 모여 포크송 ‘날개를 주세요’를 불렀다.
일본인 납북 피해 여성 요코타 메구미의 애창곡이다.
살아있다면 쉰일곱 살이 됐을 그가 납치된 지 44년째 되는 날을 맞아 친구들이 모교에서 귀환 기원 행사를 연 것이다.
딸을 기다리다 지난해 남편을 먼저 보낸 어머니(85)가 전화기로 노래 장면을 지켜봤다.
요코타는 열세 살 때 납치된 데다, 사망했다며 북한이 보낸 유골이 가짜로 들통나면서 납북 비극을 상징하는 인물이
됐다. 생일(10월 5일)과 납치된 날(11월 15일)이 있는 이즈음 납북 피해를 조명하는 행사가 집중적으로 열린다.
메구미의 사연은 영화·연극·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졌다.
일본 정부는 납북 피해자들을 위한 일본어·한국어 프로그램까지 만들어 단파 라디오로 송출한다.
14일에도 니가타에서 납북 피해자 송환 촉구 집회가 열렸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 재임 시 방북을 계기로 2004년 돌아온 납북 피해자 소가 히토미(62)는 함께 끌려갔다
돌아오지 못한 어머니 얘기를 하면서 “40년 동안 한 번도 보지 못했다”고 했다.
지난달 취임 2주 만에 납북 피해자 가족들과 면담한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13일 도쿄에서 열린 송환 촉구 집회에도
참석해 “내 손으로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복잡한 국제 정세와 각종 변수 속에서 그의 장담이 실현될지는 불투명하다. 전임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퇴임
기자회견에서 납북 문제 진전을 보지 못한 데 대해 사과한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그럴지언정 일본이 이 문제를
국제사회에 줄기차게 거론하고 각국 성명을 이끌어내는 대북 압박 외교전은 익숙한 장면이다.
17일 유엔에서 채택된 북한 인권 결의안에 납북 일본인 피해 책임을 묻는 조항이 8년 연속 포함된 것도 예정된
수순이었다. 그런데 이 결의안에는 6·25 국군 포로와 후손들의 인권 탄압을 우려하는 내용도 올해 처음 포함됐다.
지난해 한국 국적 납북자 문제가 언급된 데 이은 의미 있는 변화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3년째 공동 제안국에 이름이
빠졌다. 북한의 각종 만행으로 무고한 국민들이 희생당한 최대 피해자는 두말할 것 없이 한국이다.
1969년 대한항공기 납북부터 지난해 공무원 총살 사건까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일본 정부가 공식 인정한 미송환 납북 피해자 규모(12명)와 비교도 되지 않는다. 정부가 그간 국제사회에 일본의
반의 반만큼만 목소리를 냈어도 대북 결의안에는 우리 국민의 인권을 짓밟은 북한 만행이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었을
것이다. 내년 이맘때엔 새 정부가 유엔 총회에서 외교전을 펼치고 있을 것이다.
북한 만행에 우리 국민이 받은 고통을 국제사회가 더 걱정하고 분노하는 상황은 올해가 마지막이길 바란다.
조선일보
입력 2021.11.2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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