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사법·행정 잣대 불공정 시비
이권 개입·연루 상황 수시로 발생”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된 '묘서동처'(猫鼠同處).
정상옥 전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총장이 행서체로 휘호했다. (교수신문 제공)
“도둑 잡을 사람이 도둑과 한 패가 됐다.”
교수신문은 전국 대학교수 880명을 상대로 올해의 사자성어 선정을 위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묘서동처(猫鼠同處)’를 선택했다고 12일 밝혔다.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2일까지 응답자들이 6개 사자성어 중 2개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묘서동처는 29.2%(514표)로 1위를 차지했다.
묘서동처는 중국 당나라 역사를 기록한 ‘구당서’에서 처음 등장한다. 한 지방의 군인이 집에서 고양이와 쥐가 같이 지내는 모습을 보고 그 쥐와 고양이를 임금에게 바쳤고, 중앙관리들은 ‘복이 들어온다’며 기뻐했다. 하지만 한 관리는 ‘도둑을 잡는 자가 도둑과 한통속이 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고서 “제 본성을 잃은 것”이라고 바른 소리를 했다.
최재목 영남대 교수(철학)는 묘서동처를 추천한 이유에 대해 “입법, 사법, 행정의 잣대가 불공정하다는 시비가 끊이질 않았다”며 “국정을 엄정하게 책임지거나 공정하게 법을 집행하고 시행하는 데 감시할 사람들이 이권을 노리는 사람들과 한통속이 돼 이권에 개입하거나 연루된 상황을 수시로 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케이크를 자르는 사람은 케이크를 취해선 안 된다”며 “케이크도 자르고 취하기도 하는 꼴, 올 한 해 묘서동처의 현실을 사회 곳곳 여러 사태에서 목도했다”고 지적했다.
묘서동처에 이어 사람과 말이 모두 지쳐 피곤하다는 뜻을 담은 인곤마핍(人困馬乏·21.1%)과 자기 이익을 위해 비열하게 다툰다는 의미의 이전투구(泥田鬪狗·17.0%), 또 칼을 강물에 떨어뜨리자 뱃전에서 그 자리를 표시한 뒤 나중에 칼을 찾으러 온 무능함을 비판한 사자성어 각주구검(刻舟求劍·14.3%)이 각각 2∼4위에 올랐다.
5위는 백자나 되는 높은 장대 위에 올라섰을 만큼 위태로운 지경을 일컫는 백척간두(百尺竿頭·9.4%)가 선정됐다. 6위는 물에 빠진 아이를 구하는 절박한 심정으로 서민들의 삶을 보살펴야 한다는 유자입정(孺子入井·9.0%)이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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