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물
밤이슬 뒤로 숨어버린
해님이 떠오른 아침을 따라
7살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가
여동생을 데리고 슈퍼로 들어온
남자아이는
콜라 한 병을 들고와서는
“아줌마....
콜라 한 병 얼마예요?“
“응 800원”
돈이 모자라는 듯
가지고 있는 잔돈만 만지작거리는
오빠로 보이는 남자아이 옆에서
떨어지는 꽃잎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던 여자아이는
“오빠…. 빨리 가자
엄마가 더 아프면 어떡해“
“엄마가 어디 아프시니?“
체하신 것 같다며
등을 두드려줘도 낫질 않아
콜라라도 사다 드리러 나왔다는
아이들을 보며
“그러지 말고
아줌마가 이천 원을 줄 테니
요 옆 약국에 가서
약을 지워 엄마께 가져다드리렴“
고맙다는 말만
울먹이다 사라진 아이들이
기억에서 잊혀져 갈 때쯤
슈퍼에 다시 찾아 온 아이들은
감사했다는 인사와 함께 건네는
천 원짜리 두 장을
다시 아이들 손에 쥐여주며
“니네들이 착하고 예뻐서
이 아줌마가 준거니까 안 갚아도 돼“
그렇게
아름다운 뒷모습을 남기고 간
아이들이
햇살 그려진 하늘을 사뿐히 밟고
다시 찾아온 어느 날 이였습니다
“아줌마..
모두 얼마예요?“
“음, 2,800원이구나”
“라면 하나를 빼면 얼마예요?”
“음 그럼 1,800원이네”
남자아이는
십 원짜리와 오십원짜릴 모아온 잔돈을
두 손을 모으고 있는
여동생 손에 하나씩 모아
1,800원을 내어놓고는
바쁜 듯
또 그렇게 멀어져가더니
며칠이 지난 어느 날
달도 없는 밤을
쉬어가는 저 바람처럼
여동생의 손을 잡고 걸어들어와서는
“아줌마..!
우유 하나만 할게요“라며
천 원짜리 한 장을 내미는 모습에
“이 밤에
우유가 먹고 싶어 온 거구나?”
“제가 먹을 게 아니라
엄마가 아무것도 못 드시고 계셔서
드리려는 거예요“
라고 말한 뒤
가게 안에 있는 과자에 눈을 빼긴
여동생의 손을 잡고 멀어지는
뒷모습에
아빠는 태어나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슬픔을
웃음꽃 한 장으로 감추며
살아가고 있다고 쓰여져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슬픈 눈이
잊혀진 풍경 속에 같은 기억으로
살 속에 박혀 있는
시간만 떠올리다 맞은
다음 날 아침
“ 아줌마 여기 1,800원이요“
라면 한 개와
우유 한 개를 들고 나온 아이들 손에
슈퍼 아주머니는
라면과 우유 하나를 더 얹어주며
“애들아!
앞전에 살 때 아줌마가 깜빡했지 뭐니“
“.......“
“5세 미만 아이가 살때는 뭐든지
원플러스원이란다“
한 발 더 다가간 슈퍼 아주머니는
남자아이에게 받은
천 원짜리 한 장과
잔돈 800원을 거슬러주며
“자 받아..
앞에 산 거 계산해보니까
그 돈이 남은 거야“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라는
소리와 함께
한 움큼 거머쥔 눈물이 맺혀져 있는
남자아이를 보며
“애들아...
이 세상 물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물이 뭔지
이 아줌마가 가르쳐줄까?“
“...............“
마음과 마음이 마주한 자리에
금방이라도 넘쳐날 눈물방울을
속눈썹 끝에 애써 매달고 있더니
결국
볼을 타고 떨어지는
아이들을보면서
“그건 니네들이 금방 흘린
눈물이란다...“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
바람이 살고 있는 거리를 걸어가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슈퍼 아주머니의 얼굴엔
행복 물감을 풀어주는 달님보다
더 큰 미소가 그려져 있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물
눈물과 함께.....
<출처: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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