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 외식
오늘은 비가 오지만
내일은 태양이 떨 거라고 믿으며
마음에 들지 않는 세월이 준 나이에
굴복하지 않고
좌절과 실패를 이겨낸 제 남편
"여보.
나 볼일 다 봤어."
"그래 그럼 버스정류장에서 봐"
모처럼
볼일이 있어 시내에 나왔던 저는
남편 직장과 그리 멀지 않은 거리라
전화를 한 건데요
남편은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희미한 포장마차 불빛을 보고
뛰어가더니
"할머니….
늦게까지 수고 많으시네요"
'"우리 집 단골 오셨구먼요"
"할머니….
남은 붕어빵 다 주세요"
"집에가서 저녁 먹을 건데
이렇게나 많이?"
"네 괜찮아요"
"나야 고맙지만
매번 미안해서 그러지…."
붕어빵 한 보따리를
무슨 금덩어리 안은 것 마냥 안고서
행복 비타민이라도 먹은 양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남편을 보며
"여보….조금만 사지
왜 남은걸 대 달라고 했어?"
"할머니한텐 어린 손자가 있는데
남은 걸 다 파셔야 들어가시거든."
"그래서 빨리 들어가시라고
저걸 다 산 거야?"
"응"
조각난 슬픔을 등에 지고 서서
붕어빵을 굽는 할머니를 위해
가끔 붕어빵을 사 들고 왔다는걸
알 것 같았던 나는
해맑게 웃고 있는 남편을 보며
"우리 오늘 저녁은
붕어빵 외식하는 거네?"
"응 그런가…."
"그럼 잘됐네
나도 저녁을 준비하기 싫었는데…
이걸로 저녁 끝내는 건 어때?"
"아니 그건 아니지"
불룩한 배를 내밀고 있는
붕어빵보다
더 튀어나온 남편의 입을 보면서
웃고 있는 저를 보며
"그래 여보..
그럼 우리 소화도 시킬 겸
동네 한 바퀴 돌까?"
"그래 좋아"
"걷자며?
왜 빨리 안 걸어"
"응…. 걸을게"
달님과
뭔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주고받는지
밤하늘만 올려다보며 걷던 남편이
저기 멀리서 움직이는 뭔가를 보고선
떨어지는 별이라도 본 것처럼
어둠을 가로질러 뛰어가더니
"할머니….
오늘은 늦게 나오셨네요?"
언덕을 올라가는 폐지 줍는 할머니의
리어카를 보며 다가간 남편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환한 웃음을 짓더니
"여보. 뭐해
같이 밀자…."
남편이
가끔 늦게 온 이유를 알게 된 저는
남편의 하루의 끝을 붙들고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을 위해
자신이 가진 작은 손을
내밀어 줄 줄 아는 이 남자…
내 남편이라서가 아니라
"참 멋지다.."
라고요….
동네 어귀까지 밀어주고서야
보름달보다 더 큰 미소를 짓고있는
남편에게
"이제 다 했어?"
"응.
집에 가자"
달빛 수놓은 골목길을 걸어
집에 도착한 남편은
"여보 잠깐만…."
붕어빵이 남아있는 검정 비닐봉지를
밥보다 고달픔을 더 많이 먹고 사는
혼자 사시는 반지하 할머니
현관문 손잡이에 걸어두고는
((((띵똥))))
벨을 누르더니
개구쟁이처럼 제 손을 낚아채듯
움켜쥐고는
계단으로 뛰어가는 남편을 보며
눈물은
보이지 않지만
울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
부족하지만 넉넉한
사랑의 온기로
감싸주는 저희 남편
" 응원해 주실 거죠?"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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