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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양식/좋은글

​붕어빵 외식

by DAVID2 2024. 8. 19.

붕어빵 외식

오늘은 비가 오지만

내일은 태양이 떨 거라고 믿으며

마음에 들지 않는 세월이 준 나이에

굴복하지 않고

좌절과 실패를 이겨낸 제 남편

"여보.

나 볼일 다 봤어."

"그래 그럼 버스정류장에서 봐"

모처럼

볼일이 있어 시내에 나왔던 저는

남편 직장과 그리 멀지 않은 거리라

전화를 한 건데요

남편은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희미한 포장마차 불빛을 보고

뛰어가더니

"할머니….

늦게까지 수고 많으시네요"

'"우리 집 단골 오셨구먼요"

"할머니….

남은 붕어빵 다 주세요"

"집에가서 저녁 먹을 건데

이렇게나 많이?"

"네 괜찮아요"

"나야 고맙지만

매번 미안해서 그러지…."

붕어빵 한 보따리를

무슨 금덩어리 안은 것 마냥 안고서

행복 비타민이라도 먹은 양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남편을 보며

"여보….조금만 사지

왜 남은걸 대 달라고 했어?"

"할머니한텐 어린 손자가 있는데

남은 걸 다 파셔야 들어가시거든."

"그래서 빨리 들어가시라고

저걸 다 산 거야?"

"응"

조각난 슬픔을 등에 지고 서서

붕어빵을 굽는 할머니를 위해

가끔 붕어빵을 사 들고 왔다는걸

알 것 같았던 나는

해맑게 웃고 있는 남편을 보며

"우리 오늘 저녁은

붕어빵 외식하는 거네?"

"응 그런가…."

"그럼 잘됐네

나도 저녁을 준비하기 싫었는데…

이걸로 저녁 끝내는 건 어때?"

"아니 그건 아니지"

불룩한 배를 내밀고 있는

붕어빵보다

더 튀어나온 남편의 입을 보면서

웃고 있는 저를 보며

"그래 여보..

그럼 우리 소화도 시킬 겸

동네 한 바퀴 돌까?"

"그래 좋아"

"걷자며?

왜 빨리 안 걸어"

"응…. 걸을게"

달님과

뭔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주고받는지

밤하늘만 올려다보며 걷던 남편이

저기 멀리서 움직이는 뭔가를 보고선

떨어지는 별이라도 본 것처럼

어둠을 가로질러 뛰어가더니

"할머니….

오늘은 늦게 나오셨네요?"

언덕을 올라가는 폐지 줍는 할머니의

리어카를 보며 다가간 남편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환한 웃음을 짓더니

"여보. 뭐해

같이 밀자…."

남편이

가끔 늦게 온 이유를 알게 된 저는

남편의 하루의 끝을 붙들고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을 위해

자신이 가진 작은 손을

내밀어 줄 줄 아는 이 남자…

내 남편이라서가 아니라

"참 멋지다.."

라고요….

동네 어귀까지 밀어주고서야

보름달보다 더 큰 미소를 짓고있는

남편에게

"이제 다 했어?"

"응.

집에 가자"

달빛 수놓은 골목길을 걸어

집에 도착한 남편은

"여보 잠깐만…."

붕어빵이 남아있는 검정 비닐봉지를

밥보다 고달픔을 더 많이 먹고 사는

혼자 사시는 반지하 할머니

현관문 손잡이에 걸어두고는

((((띵똥))))

벨을 누르더니

개구쟁이처럼 제 손을 낚아채듯

움켜쥐고는

계단으로 뛰어가는 남편을 보며

눈물은

보이지 않지만

울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

부족하지만 넉넉한​

사랑의 온기로

감싸주는 저희 남편

" 응원해 주실 거죠?"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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