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 꽃 2
비가 개인 가을물 든 아침을 열고
하루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의 바쁜 발길이 버스정류장에 모여들고 있을 때
저 멀리서 하얀 눈동자를 치켜뜨고 거친 숨을 내쉬며 달려오던 버스가
정류장에 멈춰서는 걸 보고 사람들은 기다렸다는 듯
버스에 오르기 시작했는데요
“거 밀지 말고 차례대로 타세요”
버스 기사 아저씨의 거친 목소리에 따라 하나 둘 버스에 오른 사람들은
저마다 준비한 카드나 돈으로 요금을 낸 뒤 비워있는 자리를 찾아 앉는 모습속에
“거기 보따리 든 할머니 차비 안내셨어요”
급한 마음에 요금 내는 것도 잊고 탄걸
뒤늦게 알게 된 할머니는 이리저리 주머니를 뒤져가며 찾고 계시더니
“아니….분명 챙겨왔는디….
발이 달렸나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
멈춰있는 버스 안 승객들은
조급한 마음에 숨겨온 감정의 언어들을 뱉어놓기 시작했는데요
“차비도 없이 왜 탔데.”
“늙으면 다들 염치가 없어지나 봐”
“할머니…다른 사람들 출근 시간 늦겠어요 차비 없으면 내리세요“
승객들과 버스 기사의 호통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던 그때
옆좌석에 앉아 있던 젊은이가 밀려가는 하루에 기대어 사는 할머니를 보며
“할머니….이 돈 할머니께서 흘린 거 아니에요?“
라며 천 원짜리 하나를 바닥에서 줍더니
“제가 돈통에 넣어두고 갈게요”
성큼성큼 걸어가더니 돈통에 넣고는
버스 안 승객들의 얼굴에 그려진 불만을 미소로 하나하나 지워내고는
((((((삐익)))))
다음 정류장에서 멈춰선 버스에서 내리고 있었습니다
버스 기사는 먼저 화를 낸 게 미안했던지 룸미러에 비친 할머니를 보며
“할머니 죄송해요.
돈 없이 타는 사람들이 하도 많아서 그랬어요“
버스 안 승객들은 말이 아픔이 되어 지나간 자리에 고인
미안함을 지우려 창밖만 뚫어져라 바라보는 풍경 속에서
할머니는 젊은이가 심어준 타인 꽃 한 송이를 바라보며 활짝 웃고 있었습니다
그 돈은 젊은이가 준 돈이었다며….
<출처: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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