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줍줍
늙으면
노인들에게 보물 1호가 된다는
-실버카-
하지만
그것도 잘사는 노인들에게나
주어지는 보물이고
폐지쥽는 낡은 손수레를 실버카 처럼
끌고 다니는 노인들은 그저 부럽기만 하다는데요
젊을 땐
좋은 자가용 타는 사람이 부러웠다면
늙어보면
노인용 보행 보조기 실버카를 끄는
노인이 제일 부럽다는 그들의 삶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파란 하늘이 심심할까 봐
해와 달이 번갈아 오고 가는
복잡한 시장통 주변엔
텃밭에서 시간과 정성을 들여 키운
채소들을 길가 노점에 앉아 팔고있는
노인들이 바쁜 하루를 엮어내고 있었는데요
온종일
땡볕에 앉아 금 간 주름 사이로
시린 바람만 감춰두고 있던 할머니들이
목청 터져라 소리쳐봐도 손에 쥐는 건 몇천 원 남짓
허기진 하루를 채우는데에는
이마저도 감사하다며 자리를 툴툴 털고 일어난 할머니 한 분이
"나 먼저 들어가우"
"그래요 ..난 남은 거 마저 팔고 들어갈게요"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표정에서 묻어나는 고달픔을 알고 있기에
눈물 없는 안부를 묻고 돌아서 가던
할머니가 지친 몸뚱어리를 기대고 가던 손수레를 내리막길에서
그만 놓치고 말았는데요
(((쿵)))
미끄러져내려가던 손수레는
멈추어 있던 자가용에 부딪히는 걸 보고 놀란 할머니는
몇 걸음 걷지 못하고 넘어지는 걸 보며 황급히 차에서 나온 남자는
"할머니….
어디 다친 데 없어요?"
"이럴 어째…이 비싼 차를.."
"할머니 병원 안 가셔도 되겠어요?"
"늙은 나야 괜찮은데 저 비싼 차에
흠집이 났으니 이를 어쩌면 좋슈?"
모여든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까지 들리는 통에
넋을 놓고 바라만 보던 할머니 곁으로
노란 유치원복을 입은 남자아이가
슬며시 다가오더니
"저…아저씨 이거 받으세요"
라며
빨간 돼지 저금통을
내미는 게 아니겠어요
"이걸로 차 수리하세요"
아이의 행동에 당황한 남자는
묻고 있었습니다
"저금통은 왜 가지고 나온 거니?"
"사실은 로보트 살려고 모은 건데요…"
라며
말끝을 흐리는 아이를 보며
"로보트 장난감 사려고 모은 돈인데
아깝지 않니?"
"저보다 할머니가 더 필요해 보여서요"
"정말 이 돈 아저씨가 가져도 괜찮겠니?"
"네..아저씨..
내년에 저도 초등학교 가거든요
그래서 이젠 필요 없을 것 같아서요"
잠시후
남자의 손을 잡고 바로 옆 장난감 가게에 들어갔다 나온
아이의 손에는 로보트 장난감 하나가 들려져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아저씨"
"그리고 비가 내리기 시작하니까
이 우산 씌고 가렴"
어려운 처지에 놓인 할머니를 위해
자신의 전부를 내놓은 아이의 행동에
함께 기뻐하며 사라진 사람들이
서 있던 자리를 더듬어
먼저 걸어간 할머니에게 뛰어간 아이는
우산을 씌워주고 있었고
필 때 아름다운 꽃보다
질 때가 아름다운 잎처럼
나란히 걸어가는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남자는
라이트 불빛으로
어두워진 길을 비춰주고 있었습니다
마음속에 그린 행복이
더욱 빛날 수 있게...
<출처: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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