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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양식/좋은글

행복 줍줍

by DAVID2 2024. 11. 17.

행복 줍줍



늙으면
 노인들에게 보물 1호가 된다는
  -실버카-

하지만
그것도 잘사는 노인들에게나
주어지는 보물이고

폐지쥽는 낡은 손수레를 실버카 처럼 
끌고 다니는 노인들은 그저 부럽기만 하다는데요

젊을 땐 
좋은 자가용 타는 사람이 부러웠다면

늙어보면 
노인용 보행 보조기 실버카를 끄는
노인이 제일 부럽다는 그들의 삶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파란 하늘이 심심할까 봐
해와 달이 번갈아 오고 가는 
복잡한 시장통 주변엔

 텃밭에서 시간과 정성을 들여 키운
채소들을 길가 노점에 앉아 팔고있는
노인들이 바쁜 하루를 엮어내고 있었는데요

온종일
 땡볕에 앉아 금 간 주름 사이로 
시린 바람만 감춰두고 있던 할머니들이 

목청 터져라 소리쳐봐도 손에 쥐는 건 몇천 원 남짓

허기진 하루를 채우는데에는
이마저도 감사하다며 자리를 툴툴 털고 일어난 할머니 한 분이

"나 먼저 들어가우"

​"그래요 ..난 남은 거 마저 팔고 들어갈게요"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표정에서 묻어나는 고달픔을 알고 있기에 

눈물 없는 안부를 묻고 돌아서 가던
할머니가 지친 몸뚱어리를 기대고 가던 손수레를 내리막길에서 

그만 놓치고 말았는데요

​ (((쿵)))

미끄러져내려가던 손수레는
멈추어 있던 자가용에 부딪히는 걸 보고 놀란 할머니는 

몇 걸음 걷지 못하고 넘어지는 걸 보며 황급히 차에서 나온 남자는

"할머니….
어디 다친 데 없어요?"

"이럴 어째…이 비싼 차를.."

​"할머니 병원 안 가셔도 되겠어요?"

"늙은 나야 괜찮은데 저 비싼 차에
흠집이 났으니 이를 어쩌면 좋슈?"

모여든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까지 들리는 통에
넋을 놓고 바라만 보던 할머니 곁으로
노란 유치원복을 입은 남자아이가 
슬며시 다가오더니

​"저…아저씨 이거 받으세요"
라며 
빨간 돼지 저금통을 
내미는 게 아니겠어요

"이걸로 차 수리하세요"

아이의 행동에 당황한 남자는 
묻고 있었습니다

"저금통은 왜 가지고 나온 거니?"

"사실은 로보트 살려고 모은 건데요…"
라며 
말끝을 흐리는 아이를 보며

"로보트 장난감 사려고 모은 돈인데
아깝지 않니?"

"저보다 할머니가 더 필요해 보여서요"

"정말 이 돈 아저씨가 가져도 괜찮겠니?"

 "네..아저씨..
내년에 저도 초등학교 가거든요
그래서 이젠 필요 없을 것 같아서요"

잠시후


남자의 손을 잡고 바로 옆 장난감 가게에 들어갔다 나온 

아이의 손에는 로보트 장난감 하나가 들려져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아저씨"

"그리고 비가 내리기 시작하니까
이 우산 씌고 가렴"

 

어려운 처지에 놓인 할머니를 위해
 자신의 전부를 내놓은 아이의 행동에
함께 기뻐하며 사라진 사람들이
서 있던 자리를 더듬어 
먼저 걸어간 할머니에게 뛰어간 아이는 

우산을 씌워주고 있었고

필 때 아름다운 꽃보다
질 때가 아름다운 잎처럼

 

 나란히 걸어가는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남자는
라이트 불빛으로 
어두워진 길을 비춰주고 있었습니다

마음속에 그린 행복이
  더욱 빛날 수 있게...

<출처: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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