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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양식/좋은글

2012년의 사자성어에 '擧世皆濁(거세개탁)'

by DAVID2 2012. 12. 24.

2012년의 사자성어에 '擧世皆濁(거세개탁)'

교수신문 설문…“온세상이 탁해 모든 사람이 바르지 않다”

교수들이 2012년을 표현하는 사자성어로 “온 세상이 모두 탁하다”는 뜻의 ’擧世皆濁(거세개탁)’을 뽑았다.
교수신문은 10~19일 전국 교수 62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체의 28.1%(176명)가 올해의 사자성어로 ’거세개탁’을 선택했다고 23일 밝혔다.
’거세개탁(들 거, 세상 세, 다 개, 흐릴 탁)’이란 온 세상이 모두 탁해 지위의 높고 낮음을 막론하고 모든 사람이 바르지 않아 홀로 깨어 있기 힘들다는 뜻이다.


이 말은 초나라의 충신 굴원(屈原)이 지은 어부사(漁父辭)에 실린 고사성어다.
굴원이 모함으로 벼슬에서 쫓겨나 강가를 거닐며 초췌한 모습으로 시를 읊고 있는데, 고기잡이 영감이 그를 알아보고 어찌하여 그 꼴이 됐느냐고 물었다.
이에 굴원은 “온 세상이 흐리는데 나만 홀로 맑고, 뭇 사람이 다 취해 있는데, 나만 홀로 깨어 있어서 쫓겨났다”고 답했다.
올해의 사자성어로 ’거세개탁’이 뽑힌 것은 혼탁한 한국 사회에서 위정자와 지식인의 자성을 요구한 것이라고 교수신문은 분석했다.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는 “바른 목소리를 내야 할 지식인들마저 정치참여를 빌미로 이리저리 몰려다니며 파당적 언행을 일삼는다”며 “MB 정부의 공공성 붕괴,

공무원 사회의 부패도 해법과 출구는 잘 눈에 띄지 않는다”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MB 정부 끝 자락에 윤리와 도덕이 붕괴하고 편법과 탈법이 판치는 세상이 됐다”며 “검찰과 법원은 법을 오ㆍ남용해

정의를 우롱했고, 대통령은 내곡동 부지문제 등 탐욕의 화신임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윤민중 충남대 화학과 교수는 “개인 및 집단이기주의가 팽배해 좌우가 갈리고 세대 간 갈등, 계층 간 불신과 불만으로 사회가 붕괴ㆍ방치되고 있다”고 말했다.

’거세개탁’에 이어 “나라를 다스리는 권력은 백성에게 있다”는 뜻의 ’대권재민(大權在民)’이 26%(163명)의 지지를 얻어 2위에 올랐다.
“믿음이 없으면 일어설 수 없다”는 뜻의 ’무신불립(無信不立)’은 23.4%(147명)가 선택해 3위를 차지했다.


올해의 사자성어는 각 분야 교수 40명에게서 사자성어 28개를 추천받은 뒤 교수신문 필진과 명예교수 30명이 성어 5개를 추려내 설문조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지난해에는 나쁜 일을 하고 비난을 듣기 싫어 귀를 막지만 소용없다는 뜻의 ’엄이도종’(掩耳盜鐘)이, 2010년에는 진실을 숨겨두려 했지만 그 실마리는 이미

만천하에 드러나 있다는 뜻의 ’장두노미’(藏頭露尾)가 각각 올해의 사자성어로 뽑혔다.  

 

  

 
어부사(漁父辭)-굴원(屈原)

屈原旣放(굴원기방)하여 : 굴원이 쫓겨나
游於江潭(유어강담)하고 : 강호에서 노닐며
行吟澤畔(행음택반)할새 : 못가에서 시를 읊조리고 다니는데
顔色樵悴(안색초췌)하고 : 안색은 초췌하고
形容枯槁(형용고고)라 : 모습은 수척해 보였다.
漁父見而問之曰子非三閭大夫與(어부견이문지왈자비삼려대부여)아 : 어부가 그를 보고 묻기를, “그대는 삼려대부가 아니십니까
何故至於斯(하고지어사)오 : 무슨 까닭으로 이 지경에 이르셨습니까”하니
屈原曰擧世皆濁(굴원왈거세개탁)이어늘 : 굴원이 말하기를, “세상이 다 혼탁한데
我獨淸(아독청)하고 : 나 홀로 깨끗하고
衆人皆醉(중인개취)어늘 : 모든 사람이 다 취해 있는데
我獨醒(아독성)이라 : 나 홀로 깨어 있었습니다
是以見放(시이견방)이라 : 이런 까닭에 추방을 당했다.”고 하니
漁父曰聖人(어부왈성인)은 : 어부가 말하기를, “성인은
不凝滯於物(불응체어물)하고 : 세상 사물에 얽매이지 않고
而能與世推移(이능여세추이)라 : 세상을 따라 변하여 갈 수 있어야 합니다.
世人皆濁(세인개탁)이어든 : 세상 사람들이 모두 탁하면
何不淈其泥而揚其波(하불굴기니이양기파)하며 : 왜 진흙탕을 휘저어 흙탕물을 일으키지 않습니까?
衆人皆醉(중인개취)어든 : 뭇사람들이 모두 취해 있다면
何不飽其糟而歠其醨(하불포기조이철기리)오 : 어째서 술지게미를 먹고 박주를 마시지 않으십니까?
何故深思高擧(하고심사고거)하여 : 어찌하여 깊이 생각하고 고결하게 처신하여
自今放爲(자금방위)오 : 스스로 쫓겨남을 당하게 하십니까?”하니
屈原曰吾聞之(굴원왈오문지)하니 : 굴원이 말하기를, “내가 듣건대
新沐者(신목자)는 : 새로 머리를 감은 사람은
必彈冠(필탄관)이오 : 반드시 관을 털어서 쓰고,
新浴者(신욕자)는 : 새로 목욕한 사람은
必振衣(필진의)라 : 반드시 옷을 털어서 입는다고 하였소.
安能以身之察察(안능이신지찰찰)로 : 어찌 결백한 몸으로
受物之汶汶者乎(수물지문문자호)아 : 더러운 것을 받아들일 수 있겠소?
寧赴湘流(녕부상류)하여 : 차라리 상강에 가서
葬於江魚之腹中(장어강어지복중)이언정 : 물고기 뱃속에 장사지낼지언정
安能以皓皓之白(안능이호호지백)으로 : 어찌 결백한 몸으로서
而蒙世俗之塵埃乎(이몽세속지진애호)아 : 세속의 먼지를 뒤집어 쓸 수 있겠소?”하니
漁父(어부)이 : 어부는
莞爾而笑(완이이소)하고 : 빙그레 웃고,
鼓枻而去(고설이거)하여 : 뱃전을 두드리며 노래부르면서 떠나갔다.
乃歌曰滄浪之水淸兮(내가왈창랑지수청혜)어든 : 곧 노래하기를, “창랑의 물이 맑으면
可以濯吾纓(가이탁오영)이오 : 내 갓끈을 씻고,
滄浪之水濁兮(창랑지수탁혜)어든 : 창랑의 물이 흐리면
可以濯吾足(가이탁오족)이로다 : 내 발을 씻으리라.”하고
遂去不復與言(수거불복여언)하다 : 마침내 떠나가 다시 함께 이야기 하지 못했다. 

 

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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