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몰랐던 행복
파란 하늘을 굴러다니는 해님의 미소가 세상 구석진 자리까지 비춰주던 오후
"와….저기 사람들 줄 서 있는 것 좀 봐"
"정말 맛집인가 봐"
한낮의 해님이 만들어준 땀방울들을 씻어줄 수 있는 시원한 냉면 한 그릇이
생각난 사람들의 발길이 모여든 식당 앞에는 언제나처럼 길게 줄이 늘어서 있었지만
먹을 생각에 부푼 얼굴들은 기대 반 행복 반으로 넘쳐나고 있을 때
"뭔 사람들이 이렇게 많지!"
"거봐…! 내가 빨리 가자고 했잖아"
엄마의 손을 잡고 온 유치원생으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길게 늘어선 줄을 보더니
매달고 있던 울음까지 터트리는 게 아니겠어요
"엄마 미워…."
줄을 선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며
"서 있는 것만 해도 힘든데 짜증 나게 정말…."
"더워 죽겠는데 애까지 울리고 난리야"
아이의 울음소리에 화가 난 듯
짜증 섞인 목소리들이 여기저기서 울려 나오던 속에서
"애야! 울지 말고, 이리로 오렴"
햇살을 데려와 가슴에 데워주듯 남자는 자신이 서 있던 자리로
다가온 아이의 손을 잡고는
"앞에 사람 다음에 네 차례니까 엄마랑 맛있게 먹고 가렴"
보채는 아이를 데리고 땡볕에 서 있기 힘든 엄마의 마음을 알고 있다는 듯
자신이 서 있던 자리를 아이 엄마에게 양보하는 걸 보고 있던 사람들은
"죽 쒀서 개 준다더니 저게 뭐야"
" 양보할 게 따로 있지 이제 곧 자기 차례인데…."
"저 사람 바보 아냐"
내 행복의 크기는 내가 정한다는 듯
사람들의 곱지 않은 시선은 아랑곳없이
내가 조금 양보한 자리 누군가의 행복은 피어난다며
맨 뒤쪽으로 걸어가고 있는 남자는 한 쪽 다리를 저는 장애인이었습니다
나를 위해 한 걸음을 내딛긴 쉬워도
남을 위해 반걸음도 내딛기 힘든 세상에서
아름다운 양보를 해준 남자를 보며
사람들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배려하지 않는 사람의 눈엔 남이 해야 할 일만 보이고
배려하는 사람의 눈에는 내가 할 일만 보인다는 걸 알게 되었다는….
<출처: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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