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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양식/좋은글

행복택시 2

by DAVID2 2025. 2. 23.

행복택시 2

 



따스한 봄 햇살에
졸린 듯 누워만 있는 아스팔트 위로 춤을 추듯 내달리는 차들 무리 속에 
무거워 보이는 박스와 손가락마다 까만 비닐봉지를 들고 서 있는
아주머니를 놀리기라도 하는 듯 택시들은 피해만 가고 있습니다

바람이 멈춰 세워서인지

지나쳐버린 택시 한 대가 후진을 하여 아주머니 앞에 멈춰 서더니

“어디까지 가시려고요?
저녁 교대 시간이라 멀리는 못갑니다”

교대하는 차량엔 먼 거리라 머뭇거리며 행선지를 쉽게 말하지 못하는
아주머니는 또다시 물어보는 택시기사에게

((((((xx 보육원이요)))))

“아니 거기는 산 중턱에 있어 지금 들어가면 밤이 될 텐데요......”

무언가를 알았다는 듯 택시에서 내린 기사는

아주머니가 들고 있는 짐들을 주섬주섬 차 트렁크에 싣기 시작했습니다

벌써 서울의 도심을 빠져나와 달리는 택시 안에는 

어느새 두 사람이 주고받는 대화들로 함박웃음을 피워놓고 있었고

어스름한 어둠이 내려앉으려 할 때
벌써 나와 있는 하얀 달은 심심한 듯 구름 사이를 헤엄치듯 내려다보며 

멈춰 선 택시를 반겨주고 있었습니다

“기사님 덕분에 잘 도착했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

“네 수고하세요”

초저녁에 뜬 하얀 달이 깊은 밤을 알리는 노란색 잠옷으로 갈아입을 때가 되어서야 

가져간 짐을 놓고 빈손으로 나오는 아주머니 앞에 택시 한 대가 멈춰져 있었습니다

“아니 이 산골에 웬 택시가….”  라며 다가서는 아주머니를 본 듯
문을 열고 나오는 택시기사는 반가운 듯 인사를 건넵니다

“이제 일 다 보셨어요...”

“아니 기사님 아직 안 가시고 뭐 하셨어요? ”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일단 타시죠”

하품을 하며 나와 있는 노란 달님의 배웅을 받으며 떠난 택시 안에선
한줄기 봄 햇살보다 더 따뜻한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왜 안 가셨어요...?. “

행복 한 조각을 입에 물고선
하얀 웃음으로 실타래를 풀어놓듯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저도 사실 어릴 적엔 보육원에서 자랐습니다”

"아!네...그러셨군요"

"힘들게 장사를 끝마치고 이 늦은 시간에 보육원에 아이들에게
선물을 전달하러 가시는 걸 보고는 어릴 적 생각이나..... “

뒷말을 잊지 못한 채
“나이가 드니 이놈의 눈물은 주책없이…….”

“.........”

"차도 오지 않는 이 길을 어떻게 가실지 걱정이 되더라고요
저렇게 좋은 일 하시는 분도 있는데
조그만 보탬이라도 도와드릴 게 없나 싶었어요 “

​다시 서울로 돌아온 택시는
한적한 행복이 머문 자리에 멈춰 섰습니다

“덕분에 너무 편하게 왔네요
감사합니다” 라며 
오만 원짜리를 내어놓았습니다

그때 택시기사는
"회사택시라 이 돈은 제가 받겠습니다”
라고 말한 후
미리 준비한 듯 봉투 하나를 건네주며 별님과 내기라도 하는 듯
행복을 뿜어대며 내달려간 택시가 점이 되어 사라져 간 뒤 
열어본 봉투 안에는

 

두 장의 오만 원 속에
온기가 가시지 않은 손편지가 들어있었습니다

밤마다 엄마 아빠 대신 기다림과 보고 싶음만으로 채워진 

이불속에서 잠들며.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버려졌다는 상처는  

밥술에 말아 먹어야만 했던 그 아이들에겐 

오지 않는 엄마 아빠보다 더 기다려지는 사람이  당신이라며.... 

저는 오늘 천사를 보았습니다
라고....

<출처: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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