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가장 많이 받은 강의료 '내 힘들다'
중소기업으로부터 강의 부탁을 받았다.
전화기 너머로 부탁을 하는 목소리에 미안한 기색이 묻어났다.
"강의료를 많이 드리지 못한다"는 이야기부터 먼저 했다.
그래도 직원들에게 새해 보너스로 내 강의를 들려주고 싶다고 했다.
잘나가는 회사가 아닌 게 분명했다. 그래서 꼭 강의를 해줘야겠다고 속으로 다짐했다.
내가 하는 이야기가 직원들에겐 새해 보너스라는 데 마음이 쏠렸고 가고 싶어졌다.
돈이 없으면 굳이 하지 않아도 될 것을 직원들에게 강의를 듣게 하려는 사장의 마음 씀씀이가 고마웠다.
가보니 직원들이 부부동반으로 앉아 있었다. 하긴 보너스는 아내에게로 가야 하는 게 요즘 세태다.
현금이 아니니 아내들도 엄연히 불러야 할 것 같았다.
나는 분위기에 맞게 이야기를 골랐다. 어떤 고통에서도 일어선다는 주제였다.
바닥엔 좌절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성공보다 더 큰 바닥의 힘이 숨어있다는 말을 들려주고 싶었다.
서로의 손을 뜨겁게 잡고 지금 더 사랑하라고도 했다.
열기가 달아올랐고 더러 우는 사람도 있었다.
강의를 끝냈더니 회사 측이 국수를 먹고 가라고 했다. 성찬이 아니라 국수라는 말에 끌려 저녁도 함께 먹었다.
아내들은 전을 굽고 돼지고기를 삶았다. 눈물겨운 성찬이었다.
숟가락을 들기 전 회사 대표가 건배를 제의했다.
직원들과 함께 나도 소주잔을 들었다.
사장님이 "내, 힘들다!"라고 소리쳤다.
그 말을 직원과 그들의 아내 70여명이 합창하듯 받았다. "다들 힘내!"
울컥했다. 이번에 모두 함께 "다들 힘내"를 외쳤다.
이만하면 될 것 같다. 저 힘으로 무슨 일을 못하겠는가. 저 눈물의 힘을 합치면 무엇인들 못하겠는가.
그들이 6개월치 월급을 미루었던 인내 끝에 회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동안 모든 직원이 사장의 마음으로, 신입사원의 마음으로 밤을 지새웠다는 후문을 들었다.
한국인의 의지며 한국인의 힘이었다.
그날 내가 받은 강의료는 '감동'이었다.
그 강의료는 내 마음속에서 해가 갈수록 이자가 크게 붙는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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