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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양식/문학·예술

목만중 (睦萬中) / 봄날에

by DAVID2 2014. 4. 16.

 

봄날에

꽃들이 바다처럼 뒤덮이지 않는다면
어떻게 사람들을 취해 뇌쇄시키랴?
한기가 흰 겹옷을 파고들어도
천치마냥 푸른 봄을 잡아두려네.
앉은 자리는 눈이 온 듯 화사했건만
아침 비에 촉촉이 젖어 흙이 되었네.
한 해 한 해 어김없이 찾아오지만
저 풍경은 볼 때마다 처음 본 듯해.

春日

不有花如海(불유화여해)
那能醉殺人(나능취살인)
寒猶欺白袷(한유기백겁)
痴欲住靑春(치욕주청춘)
坐處明似雪(좌처명사설)
朝來雨浥塵(조래우읍진)
年年每到此(연년매도차)
當景輒如新(당경첩여신)

영·정조 시대 시인 여와(餘窩) 목만중(睦萬中·1727~1810)이 완전히 꽃에 취해 있다.

천지가 온통 꽃으로 뒤덮여 꽃의 바다 화해(花海)를 이뤘다.

그 바다가 펼쳐진 하루하루를 보낼 때면 꽃에 취해서 정신이 나가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

모두가 꽃 때문이다.

아직 물러가지 않은 한기가 옷깃을 스며도 좋다.

이 봄이 더 깊어가지 말라며 시간의 허리를 꼭 붙잡고 떼쓰고 싶다.

바보 천치라고 비웃어도 좋다.

하나 어제 눈이 온 듯하였던 그 자리에는 비에 촉촉이 젖은 꽃잎이 깔려 있다.

꽃이 핀 그곳에는 한 해도 빠짐없이 갔었다.

그래도 늘 처음 본 것처럼 새롭다.

올해도 꽃의 마법에 걸린 듯 화해를 헤엄쳐 건넌다. 

 

안대회 |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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