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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양식/문학·예술

희망은 길이다-루쉰 아포리즘

by DAVID2 2012. 9. 18.

 

 

희망은 길이다 - 루쉰 아포리즘                            

 -이욱연 편역, 예문 펴냄 중에서-                          

(註; 아포리즘-금언, 격언, 경구, 잠언 등을 뜻함)

 

 

희망은 길이다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땅 위의 길과 같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故鄕-1921) 

 

청년과 스승 

그대들에게는 넘치는 활력이 있다.

밀림을 만나면 밀림을 개척하고, 광야를 만나면 광야를 개간하고, 사막을 만나면 사막에 우물을 파라.

이미 가시덤불로 막힌 낡은 길을 찾아 무엇할 것이며, 너절한 스승을 찾아 무엇할 것인가! (導師-1925) 

 

현재의 미래 

미래는 현재의 미래다.

현재에 의미가 있어야 미래에도 의미가 있다. (論第三種人-1932) 

 

그래도 청년이다 

뒤에 태어난 사람들이 먼저 태어난 사람보다 낫다는 것은 지극히 평범한 세상 이치다.

타락한 민족의 경우만 제외하고는. (有趣的消息-1926) 

 

사랑 

사랑은 늘 새로워야 하고, 커나가야 하고, 새롭게 창조해야 한다. (彷徨-1925) 

 

나이든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나이 든 사람들은 길을 내어주면서 재촉하고 격려하여 젊은 사람들을 나아가게 한다.

길에 깊은 웅덩이가 있으면 자기가 죽어 웅덩이를 메워서라도 그들을 가게 한다. 

젊은 사람들은 자기를 가게 하기 위해 깊은 연못을 메워준 나이 든 사람들에게 감사해야 하고,

나이 든 사람들도 자기가 메운 깊은 연못 위를 지나 멀리, 멀리 나아가는 젊은 사람들에게 감사해야 한다. 

이것을 깨닫는다면, 소년에서 장년으로, 노년으로, 죽음으로 기쁘게 나아갈 수 있다.

게다가 한 걸음 한 걸음, 조상을 뛰어넘는 새로운 인간이 많아질 것이다. 

이것이 바로 생물계의 정도이다. 인류의 조상은 모두 이러했다. (隨感錄49-1919) 

 

죽은 자와 산 자 

죽은 자가 산 자의 마음 속에 묻히지 않을 때 그는 참으로 죽고 만다. (空談-1932) 

 

참소리와 진정한 자기 

소리가 자기 자신의 마음에서 나오고 각자가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갈 때, 사람들은 자기됨을 갖기 시작할 것이고,

사람들이 자기됨을 갖게 될 때 사회의 큰 각성이 가까워진다. (破惡聲論-1908) 

 

사람은 서로 통하지 않는다 

내 생각에는 지위가 다르고, 특히 이해관계가 다르면 두 나라 사이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같은 나라 사람들 사이에도 서로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內山完造作 活中國的姿態 序-1935) 

 

경멸의 대상인 어머니 

공자가 그랬다. 여자와 어린애들은 다루기 힘들다. 가까이 하면 불손하고, 멀리하면 원망한다.<論語, 陽貨>.

여자와 어린 아이를 함께 분류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 자기 어머니도 포함되어 있는지 모르겠다.

훗날 도학자 선생들은 표면적으로는 어머니를 존경하였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중국에서 어머니가 된 여성들은 자기 아들 이외의 모든 남자들의 경멸을 받고 있다. (關於婦女解放-1933) 

 

비겁한 자의 분노 

용감한 자는 분노하면 칼을 빼어들고 강자에게 향한다.

비겁한 사람은 분노하면 칼을 빼어들고 약자에게 향한다.

구제 가망이 없는 민족 중에는 아이들에게만 눈을 부라리는 그런 영웅들이 허다하기 마련이다.

그런 얼간이들이! (雜感-1925) 

 

 

마귀의 손일지라도 빛이 새는 부분이 있기 마련이니 빛을 다 가릴 수는 없다. (隨感錄40-1919) 

 

명망 있는 학자와 대화하는 법 

명망 있는 학자와 이야기를 할 때는 상대방의 말 가운데 군데군데 이해가 되지 않는 척해야 한다.

너무 모르면 업신여기고, 너무 잘알면 미워한다.

군데군데 모르는 정도가 서로에게 가장 적합하다. (小雜感-1927)  

 

지식인 계급의 약점 

지식인 계급은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두고 이렇게 해도 안 되고, 저렇게 해도 안 된다고 말하곤 한다.

전에 러시아 황제가 혁명당원들을 살해하자 그들은 황제에게 반대했다.

나중에 혁명당원들이 황제를 살해하자 역시 나서서 반대했다.

그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고 물었다. 그들도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황제 시대에도 고생을 했고, 혁명 시대에도 고생을 했다.

 이는 그들의 타고난 약점이다. (關於知識階級-1927) 

 

예언자의 운명 

예언자 곧 선각자는 늘 고국으로부터 버림을 받으며, 그 시대 사람들로부터도 박해를 받는다.

큰 인물도 언제나 그렇다.

그가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고 예찬 받는 때는 죽은 뒤이거나 침묵할 때이든가 눈앞에 없을 때이다. (無花的薔薇-1926) 

 

 

 

 
 

 

阿Q正傳의 작가로 잘 알려진 루쉰(魯迅 본명 周樹人; 1881~1936)은 중국 근대의 대표적인 사상가이자 작가, 문학사가이다.

일본 유학 시절 의학을 공부하다가 병든 육체보다 중국인들의 병든 정신을 개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진로를 문학으로 전환,

새로운 역사, 새로운 인간의 탄생을 위해 중국의 문명과 중국 현실을 철저히 해부하고 비판하는 한 편, 봉건주의와 근대에 대한

예리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독특한 시각을 지닌 문명비판을 전개하였다.  

그의 그런 글들은 雜文 혹은 雜感이라는 독특한 장르를 창조하였고 총 20여 권의 산문집으로 묶였는데, 이 책은 그런 루쉰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짧은 아포리즘들을 모아 놓은 것이다. 

위에 소개한 몇 편의 글 가운데 그래도 청년이다라는 글은 특히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것 같다.

우리가 타락하고 있는 민족이 아니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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