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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양식/좋은글

아무나 퍼갈 수 있는 뒤주

by DAVID2 2012. 4. 2.

 

아무나 퍼갈 수 있는 뒤주

 

 

가진 자의 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한 조선 시대의 가문을 꼽으라면 전남 구례에 있는 운조루의 주인인 류씨 집안을 빼놓을 수 없다.
아흔아홉 칸의 방이 있는 이 집을 소유한 주인의 재력과 권력은 실로 대단하였다.

지금은 쇠락한 모습이지만 아직도 처음 그대로 빛을 발하는 물건이 있다.
바로 쌀 뒤주. 가족용으로 보기에는 너무 큰 그 뒤주의 비밀은 밑 부분에 있는 조그만 구멍과 그 구멍 마개에 새겨진 글자에 숨어 있다
.
타인능해(他人能解), 다른 사람도 능히 구멍을 열 수 있노라는 뜻이다.

그 뒤주는 누구든지 필요하면 쌀을 퍼 가라는 배려에서 만들어졌다.
집 주인은 그 뒤주를 만들면서 사람들의 자존심까지 챙겼다
.
주인이 직접 쌀을 퍼주면 구걸하는 심정을 느끼게 될 테니 대면하지 않고 자존심을 지키면서 굶주림을 면하도록 세심하게 마음을 쓴 것이다.

 

한번은 류씨 집안 후손 류억이 어느 날 뒤주를 살펴 봤는데 쌀이 예상보다 많이 남아 있자 며느리를 불러 호통을 쳤다. 

어찌하여 이렇게 많은 쌀이 남아 있단 말이냐?
덕을 베풀던 우리 집안이 인색해졌다는 증거 아니냐
.
당장 이 쌀을 사람들에게 나눠 주어라. 그리고 이제부터는 매달 그믐이 되면 뒤주 안이 다 비워지도록 하거라!

 

운조루에 남아 있는 굴뚝에도 가진 자의 겸손한 태도가 살아 있다.
이 집 굴뚝은 유난히 낮아서 1미터도 채 되지 않는다
.
그것은 바로 부잣집에서 밥할 때 나는 연기가 하늘 높이 올라가는 모습을 보이지 않게 하려는 배려였다
.
운조루의 낮은 굴뚝은 혼자만 지나치게 소유하는 것도 부끄럽고 죄스럽다는 선비의 철학이 녹아든 상징이라 하겠다.

 

이처럼 운조루는 가진 자가 더 삼가야 하고 겸손하게 나누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가진 자의 의무를 제대로 실천하는 표상이 되었다.
그것이 동학란과 여순반란, 한국전쟁의 격전지이던 지리산 아래에 자리 잡았으면서도 운조루가 불타 없어지지 않고 오늘까지 남아 있는

명백한 이유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습관, 나눔’(원순 지음) 중에서 -

 

운조루의  보다 자세한모습을 보시려면  http://blog.daum.net/dohihahn/11 로

 

운조루의 쌀뒤주

 

 

프랑스어로 가진 자의 도덕적 의무를 의미하는 Noblesse Oblige(노블리스 오블리제).

귀족의 역사가 긴 유럽 사회에서 귀족, 상류층으로 정당하게 대접받기 위해서는 명예(노블리스)’ 만큼 의무(오블리제)

다해야 한다는 의식이다.

전쟁이 나면 귀족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싸움터에 앞장서서 나가는 기사도 정신도 바로 여기에 바탕을 두고 있다.

 

운조루의 류씨댁 뒤주 이야기 외에, 거부 경주 최부자댁에도 사방 100리 안에 굶어서 죽는 사람이 나지 않도록 하라

가르침이 대대로 전해왔다는 이야기가 있다.

지금 이나라에서 권력을 장악한 고위 관직자들, 정치인들 그리고 재벌들, 즉 사이비 노블리스들이 권력과 재산 그리고

자기 밥그릇 챙기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는데

이처럼 우리에게도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충실히 실천한 아름답고 훈훈한 과거사가 많았다는 사실들을 널리 홍보하여 국민 화합과

국가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진정한 노블리스 오블리제들이 많이 나와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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