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행복합니다
- 배영희-
아무것도 가진 것 없고
아무것도 아는 것 없고
건강조차 없는 작은 몸이지만
나는 행복합니다
세상에서 지을 수 있는 죄악
피해갈 수 있도록 이 몸 묶어 주시고
외롭지 않도록 당신 느낌 주시니
말할 수 있고 들을 수 있고
생각할 수 있는
세 가지 남은 것은
천상을 위해서만 쓰여질 것입니다
그래도 소담스레 웃을 수 있는 여유는
그런 사랑에 쓰여진 때문입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배영희 (엘리사벳)
19살에 뇌막염을 앓아 앞을 보지 못하는 전신마비
중증 장애인이었던 시인은 충북 음성군 꽃동네에 들어가 살다가
1999년 12월에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이 시는 그녀가 죽기 한 해 전인 서른 여섯 살에 지은 시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위안을 안겨줍니다
아무것도 볼 수도 없고 남의 도움 없이는
먹는 것 입는 것 어느 한 가지도 할 수가 없고
이렇게 아름다운 시 한 편을 남기려 해도
다른 사람이 대필해야 하는데도
나는 행복합니다. 라고 말하는 그녀!
오직 세 가지 남은 것만으로 주님을 위해 쓰여지길 원하는
아름다운 영혼이 보석처럼 빛납니다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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