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파는 우산 소녀
희망을 파는 우산 소녀
“당신
민우 데리고 친정에 가 있어
나도 정리되는 대로 따라갈 게“
“당신
이상한 생각하는 거 아니지?”
20년간
해오던 사업이 부도가 난 뒤
아들을 데리고 아내를 친정으로 보내던
그날
집을 장식한 가구들에게 마치
이름표를 붙이듯
빨간 딱지가 붙어져 버렸고
차마 그모습을
아내에게 보이지 않은 걸
내가 내게 할 수 있는 위로라고 느끼며
쇼파에 앉아
소주 병을 비워나가고 있었다
하루,...
이틀..
사흘...
난 살아갈 희망을 잃어버리고
술병을 비워간 끝에
이생에서 마지막이 될 편지를
아내에게 남기고 있었고
흩어진 책상 위에
내가 나일수 없는 흔적들만
남겨놓은 채
슬픔이 놓여있는 길을
당연하게 느끼며
이생의 마지막 선택지
양화대교를 향해 걸어가고 있던
나는
초저녁
자기가 가진만큼만 빛을 내는
별들을 따라 걸어가고 있던 그때
((((우산 사세요)))
((((((우산 사세요)))))
갑자기 내린 소나기를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듯
어린 소녀가 우산을 팔고 있었고
거리에 사람들은 소녀에게 다가가
돈을 건네주고는
우산 하나씩을 머리에 쓴 채
마음이 가야할 곳으로 떠나간 자리
한 귀퉁이 처마밑에 서서
첨벙거리는 물위로
세상이 묻는 질문들에게 답을 하듯
우산을 팔고있는 소녀를 바라보며
세상 그 무엇이 저 소녀를
거리에서 우산을 팔게 했을까만
자신에게 되묻고 있었다
총총걸음으로 걸어가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우산 하나라도 더 팔겠다며
소리치는 소녀를 보면서
나 자신이
나 자신의 원인으로 살아 온
시간들을 더듬어보던 나는
어릴 적 하늘나라로 간
아버지 대신 어린 동생들을 위해
신문팔이를 했던
그때 그시절의 추억속으로
젖어들고 있었다
내가 먼저
세상에 손을 내밀지 못한 걸
후회하면서..
99%의
불행 앞에서도
단 1%의
희망을 향해 살아가고 있는
소녀를 보며
삶이 꼬이기 시작한 건
말하는 내 언어와 태도의 문제
였다는 걸 알게 된 나는
마지막 남은 우산 하나를 들고
서 있는 소녀앞으로 다가가
묻고 있었다
"네가 장사하는거니?"
"아뇨 ...
원래 엄마가 하셨데 아파
누워 계셔서 ..."
세상에
뛰어들 용기를 내라는 듯
나를 바라보고 선 소녀의 손에
마지막 남는 만 원짜리 한 장을
건네준 내 손에 쥐어진 우산을 펼쳐
소녀에게 씌워주고는
난
내리는 빗속으로 걸으며
아내에게 전화를 하고 있었다
여보...
우리 다시 시작하자
라며...
<출처: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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