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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양식/좋은글

사흘 동안이라도 볼 수 있다면

by DAVID2 2013. 3. 1.
 

헬렌 켈러가 어느 날 숲 속을 다녀온 친구에게 물었다. 무엇을 보았느냐고.
그 친구는 별반 특별한 것이 없었다고 말했다. 헬렌 켈러는 이해할 수 없었다.
두 눈 뜨고도 두 귀 열고도 별로 특별히 본 것도 들은 것도 없고, 할 말조차 없다니….
그래서 비록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했던 헬렌 켈러였지만
그녀는 스스로 만약 자신이 단 사흘만이라도 볼 수 있다면
어떤 것을 보고 느낄 것인지 미리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이것을 '내가 사흘 동안 볼 수 있다면(Three days to see)'이란
제목으로 'Atlantic Monthly' 1933년 1월 호에 발표했다.

헬렌 켈러의 글은 당시 경제 대공황의 후유증에 허덕이던 미국인들을 잔잔히 위로했다.
우리가 무심코 마주하는 이 세계가 날마다 기적 같은 것임을 일깨워 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리더스 다이제스트'는 이 글을 '20세기 최고의 수필'로 꼽았다.
한때 우리 영어 교과서에도 실렸던 그 내용은 대략 이런 것이었다.

"첫째 날, 나는 친절과 겸손과 우정으로 내 삶을 가치있게 해준 설리번 선생님을
찾아가 이제껏 손끝으로 만져서만 알던 그녀의 얼굴을 몇 시간이고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그 모습을 내 마음속에 깊이 간직해 두겠다.
그러곤 밖으로 나가 바람에 나풀거리는 아름다운 나뭇잎과 들꽃들 그리고
석양에 빛나는 노을을 보고 싶다.

둘째 날, 먼동이 트며 밤이 낮으로 바뀌는 웅장한 기적을 보고 나서,
서둘러 메트로폴리탄에 있는 박물관을 찾아가 하루 종일
인간이 진화해온 궤적을 눈으로 확인해 볼 것이다.
그리고 저녁에는 보석 같은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보면서 하루를 마무리하겠다.

마지막 셋째 날에는 사람들이 일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기 위해
아침 일찍 큰길에 나가 출근하는 사람들의 얼굴 표정을 볼 것이다.
그러고 나서 오페라하우스와 영화관에 가 공연들을 보고 싶다.
그리고 어느덧 저녁이 되면 네온사인이 반짝거리는 쇼윈도에
진열돼 있는 아름다운 물건들을 보면서 집으로 돌아와
나를 이 사흘 동안만이라도 볼 수 있게 해주신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다시 영원히 암흑의 세계로 돌아가겠다."

 

 


"누구든 젊었을 때 며칠간 만이라도 시력이나 청력을 잃어 버리는 경험을 하는 것은

큰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보지 못하는 나는 촉감으로도 나뭇잎 하나하나의 섬세한 균형을 느길  수 있습니다. 
봄이면 혹시 동면에서 깨어나는 자연의 첫 징조, 새순이라도 만져질까 살며시 나뭇가지를

쓰다듬어 봅니다. 
아주 재수가 좋으면 한껏 노래하는 새의 행복한 전율을 느끼기도 합니다.
때로는 손으로 느끼는 이 모든 것을 눈으로 볼 수 있으면 하는 갈망에 사로잡힙니다. 
촉감으로 그렇게 큰 기쁨을 느길 수 있는데 눈으로 보는 이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울까요. 
그래서 꼭 사흘 동안이라도 볼수 있다면 무엇이 제일 보고 싶은지 생각해 봅니다."

 

 

헬렌 켈러가 그토록 보고자 소망했던 일들을 우리는 날마다 일상 속에서 마주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놀라운 기적인지는 모릅니다. 아니 잊고 삽니다.
그래서 헬렌 켈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일이면 귀가 안 들릴 사람처럼 새들의 지저귐을 들어보라.

내일이면 냄새를 맡을 수 없는 사람처럼 꽃향기를 맡아보라.
내일이면 더 이상 볼 수 없는 사람처럼 세상을 보라"고!

내일이면 더 이상 할 수 없는 일임을 알게 되면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놀라운 기적 같은 일인지

뒤늦게나마 깨달을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매일 누리는 평범한 것들에 대해 어떤 이들에게는

이토록 간절한 소망이 될 수가 있음을 기억하시고

내가 누리고 있는 많은 축복을 되찾아 감사 드리는 삶이 되었으면 합니다.

 

 
Atlantic Monthly에 실린 Helen Keller의 수필 'Three Days to See'의 전문을 보시려면
http://www.afb.org/section.aspx?FolderID=1&SectionID=1&TopicID=481&SubTopicID=17&DocumentID=1215 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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