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맷집을 키우자
지난 3, 4월의 날씨는 참으로 고약했다. 농촌에서는 과수들이 냉해로 개화 시기를 놓쳐 시름이 크다는 소식이 들려 왔다.
여의도에서는 벚꽃 없는 벚꽃 축제를 지내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고.
나 역시 피해자 중 하나였다. “옳다구나, 이때다!” 하고 잠입한 독감으로 3주 이상을 고생했다.
며칠이라도 푹 쉴 수 없는 일정 탓이었는지 나은 듯싶으면 다시 도지곤 하면서 떨어지지 않는 기침으로 곤욕을 치렀다.
덕분에 면역력의 중요성에 대한 깨달음을 얻었다. 똑같은 종류의 독감도 면역력이 좋은 사람은 금세 떨쳐버린다.
그러므로 내가 독감에 오래 시달렸다는 사실을 놓고 “그놈의 독감 참 지독스럽네”라고 말하기보다 “내 면역력에 문제가 있군”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진실된 진술이라는 것이다.
인생살이에도 면역력의 역할은 결정적이다. 내 졸저 '희망의 귀환'에도 실린 얘기지만 공유 차원에서 이에 대한 단상을 나눠본다.
지난해 말 한 인터넷 방송 강의 때 일어난 일이다. 생방송인 데다 현장 방청객도 40명쯤 참여해 열기가 고조되고 있었다.
주제는 ‘시대적 절망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로 옮겨가고 있었다.
나는 똑같은 시련이라도 5060세대 이후는 비교적 무덤덤하게 잘 견디지만, 2040세대들에게서는 상대적으로 신음소리가
크게 들려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부분 수긍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방청객에게 질문을 던졌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 것일까요?”
“….”
“바로 내공과 면역력의 차이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어려운 시대환경에서 태어나 온갖 역경을 다 겪어본 5060세대는 그 과정에서 고통에 대한 면역력이 생기고, 그것을
견뎌내는 내공이 있는 것이라고 부언했다. 반면에 2040세대는 성장배경이 훨씬 수월해져 면역력도, 내공도 부족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한 젊은이가 물었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실제적인 방법을 말해 주세요.”
이에 대해 내가 어떤 말을 어떤 논리로 답해 주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말이 돌고 돌아 내 입에서 얼떨결에 그동안 쓰지 않았던 말이 나왔다.
“맷집을 키우세요. 직장이나 사회에서 이리 터지고 저리 터지지 않습니까. 안 맞을 방법이 없습니다.
근데 내가 보니까, 요즘 젊은이들에게 필요한 건 바로 맷집인 것 같아요. 욕도 잘 먹고 야단도 잘 맞아야 합니다.
여기서 ‘잘’이라는 말은 상처받지 말라는 말입니다.”
그렇지 않은가. 맷집이 있으면 상처도 덜 받고, 충격도 잘 흡수하고, 웬만해선 쓰러지지도 않는다.
맷집은 는다. 자꾸 맞다 보면 늘기 마련이다. 그러니까 맷집은 키울 수 있는 것이다. 다들 더 큰 스윙으로 고무되는 느낌이었다.
그 끝에 방송 제작자이자 대표 진행자가 던진 마무리 멘트.
“멋집니다. 다음에 쓰실 책 제목이 나왔네요. ‘맷집을 키워라’. 와, 괜찮은데요.”
그렇다면 맷집이 좋은 사람은 평소 어떻게 말할까? 몇 가지 실례만 들어 보자.
그는 “나만 실패했다”고 말하지 않고 “누구나 실패한다”고 말한다.
그는 “항상 실패했다”고 말하지 않고 “이번에 실패했다”고 말한다.
그는 “내 인생은 실패했다”고 말하지 않고 “기회는 계속 있다”고 말한다.
나는 이 이치를 오늘의 2040세대가 터득했으면 좋겠다.
내가 그들이 당황스러워하며 겪는 이 시대의 고난을 내공과 면역력을 키우는 기회로 삼으라고 자주 권면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까닭에서다.
차동엽 신부 ip81335@hanmail.net | 중앙Sunday 제320호 | 20130428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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