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와 책
조선일보 박돈규 기자
온도 25도·습도 60% 넘으면 책벌레 '먼지다듬이' 생겨
나비 오면 온라인 책 판매 10% ↑
그는 책을 만드는 브루클린의 한 인쇄소가 여름철마다 습도가 높아 종이가 축축해지거나 색깔이 번지는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것을 알고 1902년 냉방장치를 개발했다.
'공기처리장치'라는 명칭으로 특허를 받은 에어컨은 1920년대 백화점과 극장에, 1950년대부터 일반 가정에도 보급됐다.
에어컨은 당초 사람이 아니라 책을 위해 만들어진 셈이다.
◇비 오면 서점은 다 울상?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됐다. 비가 오면, 오프라인 서점은 울상이고 온라인 서점은 반긴다.
본지가 온라인 서점 예스24에 의뢰해 장마와 책 판매의 연관성을 조사한 결과, 장마 기간에는 매출이 10%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은 일주일 내내 비가 온 2011년 6월 23~29일(강수량 317.5㎜)과 일주일 내내 맑았던 2012년 6월 21~27일(강수량 0㎜).
양쪽 다 목요일부터 수요일까지였다. 예스24 관계자는 "다른 변수도 있지만, 장맛비를 뚫고 오프라인 서점에 가는 대신 온라인 서점을
이용하는 고객이 많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가 쏟아지는 날 책 주문량이 늘어나는 셈이다.
◇먼지다듬이의 계절
장마철 전후의 습도는 70~80%로 치솟는다.
국립중앙도서관은 국제보존서고 환경 기준에 따라 온도 18~22도, 습도 45~55%의 항온항습 장치를 둬 장서를 관리한다.
습도 60%, 온도 25도 이상의 조건이 사흘 이상 이어지면 책에 곰팡이나 세균, '책벌레(먼지다듬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책벌레는 종이를 갉아먹고 번식하며 배설물은 얼룩이 된다.
가정에서도 창고나 다락방에 책을 대량 보관할 경우 습도 조절이 필수적이다.
국립중앙도서관 자료보존센터 한혜원 연구사는 "습도가 높으면 책에 곰팡이가 슬거나 책벌레가 생길 수 있고 한번 생긴 얼룩은 지워지지
않는다"면서 "책을 여유 있게 꽂아 바람이 잘 통하게 하고 고서(古書)는 눕혀서 보관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제습제나 제습기를 쓰는 것도 방법이다.
조선 시대에는 맑고 바람 좋은 여름날에 책에 볕을 쪼여 말리는 일을 했다. '포쇄(曝曬)'라고 한다.
이 장마가 그치면 산뜻한 기분으로 '포쇄'를 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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