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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가요·가곡

그런 남자, 그런 여자

by DAVID2 2014. 4. 3.

그런 남자, 그런 여자

 

조카는 서울 웬만한 대학에 들어갈 실력이었지만 지방 국립대로 원서를 썼다. 학비 싸고 장학금도 받을 수 있어 부모에게

부담을 덜어 드리게 됐다며 기뻐했다. 방학엔 백화점에서 '알바'로 용돈을 번다. 꽃 같은 스무 살 여대생이다 보니 립스틱도

바르고 싶고 가끔 커피향 가득한 카페에서 친구들과 수다 떨고 싶어서다. 한 시간에 5000원 벌려고 종일 서서 오가는 손님

대하면 종아리 붓고 발바닥에 멍이 들지만 그래도 뿌듯하단다.

▶조카는 스스로를 '신자유주의 키드'라고 했다. "김치녀에 대해 들어봤느냐"고 물었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데이트 비용을

남자에게만 떠넘기는 얌체 여성. 명품 백에 홀린 여성을 빈정대는 '된장녀'와 함께 요즘 젊은 남자들 입도마에 오른 단어다.

조카 주변에도 김치녀가 없진 않단다. "나이 많은 남자라도 돈만 많으면 결혼하겠다는 애도 있긴 하지요. 하지만 보통 정신

상태 여자라면 남자에게만 커피값, 밥값 내라곤 안 해요. 자존심 상하는 일이니까!" 
 

 

 

 

 

▶신인 가수 브로가 부른 '그런 남자'가 인터넷을 달구더니 음원 차트 1위에 올랐다. 남자의 조건만 따지는
여자들을 꼬집은 노래다.

"말하지 않아도 네 맘 알아주는 남자, 키 180에 연봉 6천(만)인 남자가 미쳤다고 너를 만나냐"고 하는 발라드곡이다.

걸그룹이 '그런 남자'를 패러디한 '그런 여자'로 반격했다.

"함께 맛있는 밥을 먹어도 말없이 계산하는 여자, 기념일을 지나쳐도 환하게 웃으며 모든 걸 이해해주는, 그런

여자가 미쳤다고 너를 만나냐."


▶무명 가수 노래가 젊은 남성의 폭발적 지지를 얻은 데엔 우리 사회에 번지고 있는 '여성 혐오증'이 있다.

이 증상은 이 시대를 사는 남자들의 절망과 좌절의 산물이기도 하다. 양성평등 시대라지만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짊어진 짐이 너무 무겁다.

군대·취업·직장 어느 하나 쉬운 일이 없다.

연애라도 잘 풀리면 위안이 될 텐데 '여친' 비위 맞추기가 보통 일인가. 신혼집은 남자가 장만해야 한다니, 세상에

이런 역차별이 없다.

'결혼은 무덤'이라는 말도 남자 입에서 터져 나온다.

▶그런 남자들이 겨냥할 표적은 여자가 아니라 지금도 여전히 작동하는 가부장제다.

남자는 울어선 안 되고, 통이 커야 하며, 여자를 책임져야 한다는 구닥다리 생각들이다.

이제는 "세상이 어느 때인데 결혼 비용을 남자가 다 내느냐"고 항변할 수 있어야 한다.

김태희처럼 예뻐도 남자에게만 밥값 내라는 여자는 안 만나면 그만이다.

20세기식 '남자다움'에서 벗어나야 '찌질이' 소리 듣지 않는다.

 

김윤덕(조선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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