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ethoven symphony no.9 'Choral' 4th movement
Myung Whun Chung conducting Seoul Philharmonic Orchestra
베토벤9번 교향곡 '합창'4악장
정명훈 & 서울시향. (2014년)
“아름다운 신들의 불꽃, 기쁨이여 / 낙원에서 온 딸이여
화염과 같은 열정에 취해/우리 그대의 성소에 들어가노라...
그대의 부드러운 날개가 머무는 곳 / 모든 인간은 형제가 되노라”
18세기 독일 시인 프리드리히 실러의 “환희에의 송가(An die Freude)"는 읽기만 해도 기쁨이 용솟고 인류가 왜 서로를 사랑해야 하는지
마음에서 느끼도록 해주는 마약 같은 매력이 있다.
“백만 인이여 서로 껴안으라.”는 시의 종결부 첫 부분을 읽을 때면 전쟁과 인종갈등으로 얼룩진 지구촌의 오늘을 생각할 때 시인 실러의
당부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이 되기도 한다.
시만 읽어도 환희, 기쁨으로 가슴이 벅찬데 이 시에 곡을 붙인 베토벤의 마지막 교향곡「합창」의 4악장을 들으면 저절로 숙연해 지며 연말
연시라면 송구영신(送舊迎新)을 생각하게 된다. 「합창」 교향곡이 갖는 이런 마력 때문에 전 세계 교향악단의 대부분은 한 해의 대미를 이
곡으로 마감하게 된다. 지난해에도 예외는 아니어서 국내 12월 연주회 일정을 대략 조사해 봐도 10여개 교향악단이 「합창」교향곡을 연주했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연주 단체는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이다. 정명훈 예술 감독의 지휘아래 구랍 22일(세종문화회관), 27, 30일
(예술의 전당) 세 차례나 티켓 매진을 이어가며 공연했다. 특히 22일 공연은 한일수교 50주년을 기념해 도쿄필과의 합동 공연으로 의미를 더 했다.
마음속으로 울림이 느껴지는 시를 유네스코 지정(2001년) 세계문화유산인 베토벤의 작곡으로 한국 출신의 세계적 지휘자 정명훈이 지휘하는
서울시향으로부터 들을 때 그 감동이 남다를 것임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매년 연말이면 되풀이되는 공연인 탓에 인터넷에 공연 후기가 많지는 않았지만 27일 공연을 보고 한 청중이 올린 글이 유독 잊혀 지질 않는다.
“4악장 뒷부분을 앙코르한 뒤, 손나팔을 만들곤 “해피 뉴이어”라고 속삭여 주신 정명훈 감독. 2년 전 같은 자리에서 보여 주셨던 환한 미소를
어제는 볼 수 없었다. 그렇게 생각해서 그런지 어제 연주는 전체적으로 활력이 좀 떨어지는 것 같기도 했다. 힘내시길.”
같은 공연을 보지 못해 알 수 없지만 활력은 있었는데 환한 미소를 볼 수 없어 활력이 좀 떨어져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한 청중의 오해였으면 좋겠다.
그런데 지난 달 27일 연주 당일 터져 나온 정 감독 부인 구 모 씨의 불구속 기소 뉴스와 오버랩되면서 활력이 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2005년 재단법인으로 새롭게 출범한 서울시향은 과거 국내 교향악단과는 차원이 다른 예산을 들여 지난 10년 간 일취월장 발전을 거듭해 왔다.
지난달 19일 10주년 기념콘서트는 출범 10주년을 기념해 성대한 시민 잔치가 있을 법도 했지만 후원자 초청 중심의 연주회로 잔치를 대신했다.
전임 대표와 시향직원의 맞고소와 갈등사태로 1년 내내 압수수색이나 경찰 조사를 받는 상황에서 10주년 잔치를 준비할 경황도 없었을 것이다.
시민에게 정서를 공급해 주고 갈등이 있는 곳에 치유의 멜로디를 들려줘야 할 교향악단이 진정서와 고소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여기에 더해 “환희에의 송가”가 노래되는 날 알려진 정명훈 감독 부인 구모씨의 시향사태 개입 의혹 불구속 입건은 국면을 근본적으로 새롭게 볼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다. 정 감독은 입버릇처럼 “나는 음악 밖에 모른다. 행정에는 관심 없다.”고 했지만 정 감독의 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부인
구씨가 입건된 것만으로도 그의 음악과 언행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정 감독은 단원들에게 고별편지를 띄우고 사퇴했지만
그의 음악을 사랑했던 사람들에게는 여러 가지 앙금이 씻겨 지질 않는다. 우선 부인 구씨의 시향사태 개입여부가 밝혀지지 않았다.
수사 중이라지만 자진 귀국해 조사받을 전망이 없어 보여 진실은 미궁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경찰의 법집행을 “시향의 사무실이
습격 받고….”로 인식하고 “여태껏 살아왔던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한 대목도 선뜻 이해가 안 간다.
나름대로 음악으로 고국을 사랑했던 정 감독으로서는 지난 10년의 노력이 씁쓸하게 마감돼 한스러웠겠지만 고별인사의 일부 구절에서는 음악인
정명훈이 느껴지지 않는다.
‘음악 밖에 모르기 때문에’ 정 감독에게 음악은 존재(Sein)자체이다. 그러나 음악인에게는 꼭 해야 할 당위(Sollen)가 수반될 수밖에 없다.
지난 연말을 떠들썩하게 한 정명훈 감독의 사퇴파동을 지켜보면서 ‘존재’와 ‘당위’의 문제가 새해의 화두로 계속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훌륭한 음악인으로서 ‘존재’하는 정감독과 그동안 그를 둘러싸고 제기됐던 ‘당위’의 문제들이 충돌한 결과가 오늘의 현실이라고 생각된다.
정 감독의 팬들에게는 아쉽기 그지없겠지만 ‘당위’가 해결되지 못한다면 이제 한국 음악계는 포스트 정명훈을 생각해야 한다.
임 연 철 (건양대 교수 · 예술경영)
출처: 건설경제 2016년 1월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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