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음악/영화·영화음악

21세기 위대한 영화 100 (10)

by DAVID2 2017. 1. 14.




지난 열흘간 소개했던 영국의 BBC 방송이 선정한 '21세기 위대한 영화 100' 시리즈의

마지막 포스팅으로 베스트 10인 1위부터 10위까지의 영화를 소개한다.




'멀홀랜드 드라이브(Mulholland Dr)'는 데이빗 린치(David Lynch) 감독의 특유의 스타일이 가장 잘 살아있는 영화이다. 
산타모니카로 이르는 '멀홀랜드 드라이브'에서 어느 날 밤 차 사고가 발생한다. 사고에서 살아난 리타는 기억상실증에 걸린 채
근처 빌라에 숨는다. 한편, 헐리웃 스타의 꿈을 안고 LA에 도착한 베티는 이모의 집을 방문하고 그곳에 숨어있는 리타를 발견한다.
베티는 아담 케셔 감독과의 약속은 어긴 채 리타를 돕기 위해 그녀에게 유일하게 남은 기억의 단서 '다이안'이라는 인물을 찾아 나선다.
유망한 젊은 감독 아담 케셔는 엉뚱한 여배우를 캐스팅하라는 마피아의 압력을 거절하자 쫓기는 신세가 된다.
 마누라는 수리공과 놀아나고 신용카드까지 정지돼 개인 파산 상태까지 이르자 마피아와 타협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줄거리의 기본은 할리우드의 배우와 감독, 제작자들이 겪는 사랑과 질투, 성공과 파멸에 관한 이야기지만 이야기의 과거와 현재,
현실과 환상이 섞이면서 관객들은 혼란을 느끼고 초현실적인 이미지 속에 신비감을 맛본다.

영화 '멀홀랜드 드라이브'… 산 자의 회상과 죽은 자의 환상 


                
영화 '화양연화(花樣年華)'는 차우와 리첸의 관계를 가슴 저리게 그리면서도 그 사랑을 다루는 방식에 있어서는 낭만적 대사
한 마디 없이 간접화법 만으로 일관한다. 국수를 먹거나 일상적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담아내는 것 같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면
그들의 엇나간 운명에 한없이 슬퍼지는 기이한 체험은 바로 감추면서 드러내고 변죽만 울리는 것 같으면서도
어느새 핵심과 본질에 다가서게 하는 왕가위(王家卫) 감독 특유의 화술에서 비롯된 것이다.

'화양연화'는 사랑의 밀어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대신 둘이 좁은 실내에서, 골목길 계단에서 닿을 듯 말 듯 스쳐 지나가는
장면들을 되풀이해 스케치한다. 스쳐감의 반복으로 사랑의 시간들을 인수분해하는 이 영화의 스타일은 곧 그 스쳐가는 찰나의 경험이
바로 사랑의 전부에 다름 아니라고 말하는 듯 하다.

[이동진의 시네마 레터] 찰나의 경험이 바로 사랑의 전부 '화양연화' 

               
표면적으로는 1920년대 캘리포니아 신흥 석유 재벌의 파란만장 일대기. 하지만 그 이면에는 인간이라는 동물의 탐욕과 그 탐욕이
사회 속에서 통제 없이 펼쳐졌을 때 어떤 참혹한 대가가 뒤따르는지를 생생하게 묘사한다.
폴 토마스 앤더슨(Paul Thomas Anderson) 감독은 등장인물 각각의 이야기가 포개지고 분열하는 특유의 다중 플롯으로 유명하지만,
 이번에는 별 볼일 없는 은광 광부 다니엘 플레인뷰와 광신도 목사 엘라이 선데이의 대결 구도에 초점을 맞췄다.

석유 개발업자 일대기에 담긴 자본주의·광신적 기독교 비판 

               
지극히 평범한 10살 소녀 치히로는 길을 잘못 들었다가 낯선 세계로 빨려들어간다.
놀랍게도 그 이상한 세계속에서 엄마-아빠가 살찐 돼지 한쌍으로 변해버린 것 아닌가. 소녀는 한 소년의 도움을 받아가며
부모를 되찾기 위해 800여 신들이 쉬어간다는 ‘신령들의 목욕탕’에 종업원으로 취직해 생고생을 시작한다. 사람과 동물,
이승과 저승의 경계가 허물어져 있는 듯한 세계에서 소녀가 보고 듣고 겪고 울고 웃는 모든 것들은 신비와 경이로 가득하다.

"10살짜리 아이들을 위해 만들었다"는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 감독의 말에도 불구하고, 단순활극 이상의 재미를 느껴야
제대로 소화하는 작품이어서 어린 아이들용은 아닌 듯하다.

[이동진의 시네마 레터] 센과 치히로의 '터널' 

           

영화가 삶의 순간을 포착해내는 마법이라면, 리처드 링클레이터(Richard Linklater) 감독의 신작 '보이후드(Boyhood)'는 아마도
지금껏 극영화가 표현하려 애썼던 이 마법의 실제에 가장 가까운 모습일 것이다.

2002년 링클레이터는 여섯 살의 평범한 텍사스 소년 엘라 콜트레인(Ellar Coltrane)을 이 영화의 주인공 메이슨 역에 캐스팅했다.
에단 호크(Ethan Hawke)를 아빠로, 파트리샤 아퀘트(Patricia Arquette)를 엄마로, 또 감독 자신의 딸 로렐라이(Lorelei Linklater)를
누나로 뽑았다. 그 뒤 12년간 이들은 매년 여름마다 만나 단 몇 장면만을 함께 찍었다. 12년이 지난 2014년, 이 비밀스러운 프로젝트는
'보이후드'라는 영화로 태어났다.

[기사 더보기] 평범한 소년의 12년… 매 순간 특별했네 


         
      
화 '이터널 선샤인(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은 잊고 싶은 기억을 지워주는 첨단 기술을 모티프로 삼았지만,
철두철미하게 사랑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100% 사랑영화다.
평소의 코믹한 이미지와 달리, 우울하면서 사려 깊은 조엘 역을 뛰어난 연기로 소화해낸 짐 캐리(Jim Carrey)가 놀랍다.
상대역 케이트 윈슬렛(Kate Winslet)도 톡톡 튀는 개성으로 멋지게 연기했다. '존 말코비치 되기(Being John Malkovich)'
'어댑테이션(Adaptation)'에 이어 또 하나의 걸작 시나리오를 써낸 찰리 카우프먼(Charlie Kaufman)이 2005년 아카데미에서 각본상을 따냈다.

[이동진의 시네마 레터] '이터널 선샤인' 아픈 기억 지운다고 사랑이 잊혀질까
[이동진의 세계 영화 기행] 사랑을 두차례나 시작한 몬탁해변엔… 


               
성공한 건축가 잭은 어린 시절 아버지 오브라이언과 어머니, 그리고 두 남동생과 순수한 어린시절을 보낸다.
그러나 잭은 강압적인 아버지를 두려워하고 경외하면서 반항을 시작한다. 영화의 서사는 여기서 더 나아가지 않는다.
대신 영화를 시작할 때 등장한 '욥기'의 '욥'(Job·가족을 잃고 병에 걸리는 등 고난을 당하면서도 신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는 인물)이
신에게 던졌을 법한 질문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단란한 가정과 대자연 속에 둘러싸인 채 자란 잭은 같이 수영하던 친구를 잃게 되고, 동네에서 장애인과 범죄자를 마주하면서
신에 대해 의심을 품고 인간의 운명에 대한 불안을 느낀다. 영화는 기독교적인 세계관 안에서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는 고난과 상실,
분노, 두려움, 죄의식 등에 대한 질문을 쏟아낸 뒤, '사랑'을 해결책으로 툭 던져준다.

[기사 더보기] 참 어려운 인생살이… 사랑만이 해답?
'트리 오브 라이프' 만든 은둔의 영화 천재 테렌스 말릭 

               
결혼식으로 시작해서 장례식으로 끝나는 영화지만, 커다란 사건 없이 컴퓨터 회사의 중역인 NJ를 중심으로 그의 가족들 이야기를 펼친다.
여자친구가 임신하는 바람에 결혼을 하게 된 처남의 결혼식장에서 NJ는 옛 애인 셰리를 만난다. 그는 혼란스럽다.
와중에 그의 어머니는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다 쓰러지고, 직장일과 집안일에 지친 아내는 집을 나가 요양원에서 지낸다.
딸 틴틴은 친구를 좋아하던 남자친구를 사랑하게 된다. NJ는 일본 출장 길에서 셰리를 다시 만난다.

삶에 관한 세밀한 묘사가 빛난다. 사람들의 뒷모습만 찍는 NJ의 어린 아들 말은 에드워드 양(Edward Yang) 감독의 의도를 말하는 것 같다.
 "안 보이는 것을 보여주려고요." "우리는 우리의 앞면만 볼 수 있을 뿐, 뒷모습을 볼 수 없으니까요."

[기사 더보기] 슬며시 엿보는 대만인들의 씁쓸한 일상
[그 작품 그 도시] 당신이 외로운 건 뒷모습을 보지 못했기 때문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Jodaeiye Nader Az Simin)'는 사람들끼리의 비극적 다툼을 팽팽한 긴장감 속에 그려내고 있다. 
2011년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과 남녀 주연배우상을 휩쓴 작품이다.  

영화는 우리 삶의 풍경을 소름끼치도록 현실감있게 보여준다. 가정주부 씨민은 남편 나데르와 다툰 끝에 별거를 시작한다.
그녀는 '이란 같은 나라'를 떠나 이민 가서 딸 아이도 좀 더 잘 키우고 싶은데 남편은 치매에 걸린 부친 곁을 지키겠다고 한다.
견해가 다르다는 것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끼리 거리를 두는 비극이 시작된다.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No Country For Old Men, 2007)'는 '세상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는 절망적 세계관을 고백한
차가운 스릴러. 희대의 킬러를 쫓는 무력한 늙은 보안관을 통해 마약과 총기가 지배하는 미국의 현실을 동정 없이 그렸다.

퓰리처상 수상 작가인 코멕 매카시(McCarthy)의 장편 소설이 원작. 냉정한 문체로 그린 차가운 스릴러로 대사까지 거의 대부분 그대로 옮겼다.
코엔 형제는 각색상을 받은 뒤 "우리 형제가 유일하게 잘한 일은 이 소설을 선택했다는 것"이라며 원작자에게 공을 돌렸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아카데미 4관왕
독립영화 대명사에서 할리우드 주류로 '코엔 형제'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