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양식/문학·예술342 [현대시 100편] 44. 김명인 ' 너와집 한 채 ' 너와집 한 채 길이 있다면, 어디 두천쯤에나 가서 강원남도 울진군 북면의 버려진 너와집이나 얻어 들겠네, 거기서 한 마장 다시 화전에 그슬린 말재를 넘어 눈 아래 골짜기에 들었다가 길을 잃었네 저 비탈바다 온통 단풍 불 붙을 때 너와집 썩은 나무껍질에도 배어든 연기는 매워서 집.. 2013. 2. 13. [현대시 100편] 43. 문인수 '쉬' 쉬 그의 상가엘 다녀왔습니다. 환갑을 지난 그가 아흔이 넘은 그의 아버지를 안고 오줌을 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생(生)의 여러 요긴한 동작들이 노구를 떠났으므로, 하지만 정신은 아직 초롱 같았으므로 노인께서 참 난감해 하실까봐 "아버지, 쉬, 쉬이, 어이쿠, 어이쿠, 시원허시것다.. 2013. 2. 12. [현대시 100편] 42. 황지우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나무는 자기 몸으로 나무이다 자기 온몸으로 나무는 나무가 된다 자기 온몸으로 헐벗고 영하(零下) 십삼도(十三度) 영하(零下) 이십도(二十度) 지상(地上)에 온몸을 뿌리박고 대가리 쳐들고 무방비의 나목(裸木)으로 서서 두 손 올리고 벌 받는 자세로 서.. 2013. 2. 11. [현대시 100편] 41. 박상순 '6은 나무 7은 돌고래, 열번째는 전화기 ' 6은 나무 7은 돌고래, 열번째는 전화기 첫번째는 나 2는 자동차 3은 늑대, 4는 잠수함 5는 악어, 6은 나무, 7은 돌고래 8은 비행기 9는 코뿔소, 열번째는 전화기 첫번째의 내가 열번째를 들고 반복해서 말한다 2는 자동차, 3은 늑대 몸통이 불어날 때까지 8은 비행기, 9는 코뿔소, 마지막은 전화.. 2013. 2. 10. [현대시 100편] 40. 신대철 '박꽃' 현대시 100년… 시인 100명이 추천한 애송詩 100편 박꽃 박꽃이 하얗게 필 동안 밤은 세 걸음 이상 물러나지 않는다 벌떼 같은 사람은 잠 들고 침을 감춘 채 뜬소문도 잠 들고 담비들은 제 집으로 돌아와 있다 박꽃이 핀다 물소리가 물소리로 들린다 신대철 <1977년> 일러스트: 잠산 Enya / L.. 2013. 2. 9. [현대시 100편] 39. 이용악 '전라도 가시내 ' 전라도 가시내 알룩조개에 입맞추며 자랐나 눈이 바다처럼 푸를뿐더러 까무스레한 네 얼굴 가시내야 나는 발을 얼구며 무쇠다리를 건너온 함경도 사내 바람소리도 호개도 인전 무섭지 않다만 어드운 등불 밑 안개처럼 자욱한 시름을 달게 마시련다만 어디서 흉참한 기별이 뛰어들 것만 .. 2013. 2. 8. 이전 1 ··· 39 40 41 42 43 44 45 ··· 5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