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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양식/문학·예술342

[현대시 100편] 26. 조정권 '산정 묘지 ' 산정 묘지 겨울 산을 오르면서 나는 본다. 가장 높은 것들은 추운 곳에서 얼음처럼 빛나고, 얼어붙은 폭포의 단호한 침묵. 가장 높은 정신은 추운 곳에서 살아 움직이며 허옇게 얼어터진 계곡과 계곡 사이 바위와 바위의 결빙을 노래한다. 간밤의 눈이 다 녹아버린 이른 아침, 산정(山頂).. 2013. 1. 26.
[현대시 100편] 25. 김혜순 ' 잘 익은 사과' 잘 익은 사과 백 마리 여치가 한꺼번에 우는 소리 내 자전거 바퀴가 치르르치르르 도는 소리 보랏빛 가을 찬바람이 정미소에 실려온 나락들처럼 바퀴살 아래에서 자꾸만 빻아지는 소리 처녀 엄마의 눈물만 받아먹고 살다가 유모차에 실려 먼 나라로 입양 가는 아가의 뺨보다 더 차가운 .. 2013. 1. 25.
[현대시 100편] 24. 송수권 '산문(山門)에 기대어' 산문(山門)에 기대어 지금 이 못물 속에 비쳐옴을 눈썹 두어 낱이 가을산 그리메에 빠져 떠돌던 누이야 아는가그렇게 만나는 것을 더러는 잎새에 살아서 튀는 물방울같이 내 한 잔은 마시고 한 잔은 비워두고 강물에 부리고 가는 것을 가을산 그리메에 빠져 떠돌던, 그 눈썹 두어 낱을 기.. 2013. 1. 24.
[현대시 100편] 23. 백석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 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 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매이었다. 바로 날도 저물어서, 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 추위는 점점 더해 오는데, 나는 어느 목수(木手.. 2013. 1. 23.
[현대시 100편] 22. 이문재 '푸른 곰팡이-산책시1 ' 푸른 곰팡이-산책시1 아름다운 산책은 우체국에 있었습니다 나에게서 그대에게로 편지는 사나흘을 혼자서 걸어가곤 했지요 그건 발효의 시간이었댔습니다 가는 편지와 받아볼 편지는 우리들 사이에 푸른 강을 흐르게 했고요 그대가 가고 난 뒤 나는, 우리가 잃어버린 소중한 것 가운데 .. 2013. 1. 22.
한상복 / 배려 오래전에 읽었던 한상복저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라는 부제가 붙은 '배려'라는 좋은 책에서 몇가지 에피소드를 '배려'라는 제목으로 좋은글에 시리즈로 6회에 걸쳐 올렸다. 진정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자신의 욕심을 챙기기 전에 남을 생각하는 배려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 2013. 1.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