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읽어주는 여자 홍옥희가 해설하는 명화 산책, 폴 세잔의 '사과와 오렌지'를 소개합니다. KTV가 4월 25일 방영한 그림 읽어주는 여자의 내용입니다 폴 세잔 / 사과와 오렌지 Paul Cézanne / Pommes et oranges 1895~1900, 캔버스에 유채, 74×94cm, 파리 오르세미술관 후기인상파의 대표적인 거장 세잔은 말했습니다. “나는 사과 한 알로 파리를 정복할 것이다.” 이게 무슨 말일까요? 파리는 미술의 도시로 세계에서 가장 이름이 난 곳입니다. 이 도시를 정복한다는 것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예술가가 되겠다는 뜻이지요. 세잔은 사과 하나로 그게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그게 어떻게 가능하다는 것일까요? 그린 사람들이었습니다. 대부분 크고 웅장한 작품들이었습니다. 사과를 그린 작은 정물화로 이런 대작들과 겨룬다는 것은 당시 사람들이 보기에는 어리석은 행동이었습니다. 배치를 바꾸기도 쉽지요. 구성과 연출이 자유롭습니다. 아주 위에서 내려다봤다가 밑에서 위로 올려보고, 앞에서, 뒤에서, 옆에서 마음대로 시선을 바꾸어가며 보고 그릴 수 있습니다. 인물을 그리거나 풍경을 그릴 때는 이런 게 뜻대로 되지 않지요. 세잔은 사과와 다른 정물들을 자기 마음대로 배치하고 구성하면서 대상을 베껴 그리는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이처럼 대상의 질서 자체를 바꾸는 데 그림의 진정한 힘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보고 그리는 그림에서 창조하는 그림으로 나아간 것이지요. 그래서 세잔의 ‘사과와 오렌지’를 보면 화가가 사과와 다른 정물들을 배치하고 싶은 대로 수없이 바꿔가며 배치하고 구성한 흔적이 보입니다. 심지어 정물의 위치에 따라 어떤 것은 위에서, 어떤 것은 앞에서 본 모습이 그려지는 등 시선이 뒤죽박죽입니다. 이렇게 보고 그리는 그림에서 창조하는 그림으로 나아간 세잔 덕에 후배 화가들은 입체파니 추상파니 이전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창조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됐습니다. 결국 세잔은 자기가 말한 대로 사과 한 알로 파리를 정복했습니다. 그런 그에게 사람들은 ‘그림의 성인(聖人)’이라는 이름까지 붙여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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