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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은 사랑과 꿈과 행복의 계절이다. 적어도 그런 것들을 약속해 주는 계절이다. 4월은 장미의 계절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慕情’의 주제가도
‘Love is a many-splendored thing.
It’s the April rose that only grows in the early spring……’
(사랑은 아름다워라, 그것은 이른 봄날에만 피어나는 4월의 장미...)
이라고 노래하고 있다. 여러 시대의 많은 시인들이 봄은 사랑의 계절이며,
사랑은 봄과 함께 있음을 한결같이 노래하고 있다.
중국 진(晉)나라 때의 六朝詩 의 하나인 ‘子夜歌’는,
‘옷매무시도 가다듬지 않고 눈썹도 그리지 않고 창 앞에 혼자 나와 서 있나이다. 비단 옷이라 날리기야 쉽지오만 치마자락 여는 게 새삼 얄미워 애꿎은 봄바람을 흘겨보지요.’ (조지훈 譯)
이라고 봄날 밤바람을 쏘이며 사랑을 그리는 여인의 마음을 노래했다.
천년을 더 넘는 오랜 세월에 걸쳐 이 세상의 모든 일은 거의 다 변하고 또한 상실되어 갔지만 내내 변하지 않고 유지되어 온 봄과 사랑의 관계, 이 관계는 아무리 많은 세월이 흘러 수 많은 城門이 녹슬고 큰 수목이 말라도 상하거나 늙을 줄을 모르며 항상 넘쳐나는 생생하고 아름다운 생명력을 지녀왔던 것이다. 이렇게 생각할 때 우리는 4월이 상징하는 봄이라는 계절의 모습을 새삼 놀라움이 가득찬 눈으로 들여다보게 된다. 그런데 현대시인 중에 어떤 사람은 봄을 꿈과 사랑과 꽃과 행복의 계절로서만 보지를 못하기도 한다.
April is the cruellest month,
breeding lilacs out of the dead land, mixing memory and desire, stirring dull roots with spring rain. Winter kept us warm, covering earth in forgetful snow, feeding a little life with dried tubers. '4월은 가장 殘忍한 달. 죽은 땅에서도 라일락은 자라고 追憶과 情慾이 뒤섞이고 잠든 뿌리가 봄비로 깨우쳐지고 겨울이 차라리 따스했거니. 大地를 忘却의 눈으로 덮고 메마른 球根으로 작은 목숨을 이어졌거니.' (김종길 譯 ;荒無地-Waste Land에서)
이 시는 히트 뮤지컬 ‘Cats’의 原作詞者로도 알려진 영국 시인 T.S.Elliot
(1888~1964)의 장편시 ‘황무지’의 맨 첫부분인데, 우리는 여기서 4월,
즉,봄이 죽음과 함께 생각되고 있는 것을 본다.
이렇게 이 시인이 봄을 죽음과 함께 생각하지 않으면 안되게 된데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즉 그는 ‘현대의 황폐’를 응시한 시인이었던 것이다. Elliot는 이 시를 1922년에 만들었는데 그때 그의 시인으로서의 정신이 의식한 것은 개인의 순수한 영감의 세계가 아니라 자기자신이 처하고 있는 시대였었다. 그 시대란 제1차세계대전이 끝난 후 유럽을 뒤덮은 혼란과 절망의 시대였다. 그리하여 이 시인은 ‘不毛의 시대’의 초상화로서 이 장편시 ‘황무지’를 썼던
것이다 개인의 순수한 정감의 세계를 노래하는 것이 시인의 본분이다. 그러나 자신이 처한 고통스러운 시대의 증인이 되는 일 또한 시인의 사명일 것이다. 이러한 사명감에서 베어나오는 비평정신을 지닌 시인에게 봄은 다만
행복, 꿈, 사랑, 꽃의 계절로서 하늘에서 찬란하게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죽음과 함께 생각해야 할 대상이 되기도 하는 것인가보다.
<펌>
Tchaikovsky / Apr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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